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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짜 탐구

by 문성훈

결혼 적령기에 이르면 마담 뚜의 집중 공략을 받는 이들이 있다. 소위 '사'짜가 붙은 직업군이다.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회계사등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요하고 희소성을 가진 대체로 고소득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그렇다면 교사, 요리사, 운전기사 심지어 장의사는 '사'짜 직업에 속하지 않는 것인가?
누군가는 '사'짜라고 해서 다같은 '사'짜는 아니라고 항변할 지 모른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검사(檢事), 의사(醫師), 변호사(辯護士) 역시 각기 다른 사(事,師,士)짜를 쓰고 있다.

왜 그럴까 궁금해졌다.

일 사(事)를 쓰는 직업에는 판사(判事), 검사(檢事), 집사(執事) 등이 있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소위 '영감님'으로 우대받는 판,검사들이지만, 실은 주인 곁을 지키면서 잡일을 도맡거나 교회에서 봉사하는 직분을 맡는 집사(執事)와 같은 사(事)짜를 쓴다.
한마디로 주인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그야말로 전문 기술직인 셈이다. 법과 원칙을 우선시하고 개인의 판단보다는 주인의 판단이 우선이다. 판,검사는 국민을 위해, 집사는 주인을 위해 일을 하는 직원인 것이다.

선비 사(士)짜에는 변호사(辯護士), 회계사(會計士), 세무사(稅務士)가 있다. 대체적으로 서류에 묻혀 지내는 사람들이다. 공통된 점은 '돈'과 연관되어있다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신조어와 관련된 변호사가 그러하고, 재무와 관련된 회계사, 세무사에게 선비 사(士)가 붙는다.
말하자면 선비(士)의 의미처럼 벼슬이나 명예는 없지만 지식(학식)은 있어야 밥벌이가 되는 직업인 셈이다. 다만 시대의 변천으로 지금은 돈이 된다.
그래서 같은 고시를 패스해도 판,검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비교적 적은 봉급을 받고, 변호사는 의뢰인에게서 성과에 따른 높은 수임료로 부(富)를 축적한다.
판,검사(事)를 그만두고 변호사(士)가 되는 순간 '영감님'에서 '변호사 양반(士)'으로 호칭이 바뀌고 '명예'를 놓고 '돈'을 쫓기 마련이다.

스승 사(師)짜가 흥미롭다. 의사(醫師)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발사(理髮師)와 요리사(料理師), 장의사(葬儀師)가 이 사(師)짜를 쓴다. 당연히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敎師)도 있다.
이 사(師)짜는 되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사가 되려면 누구보다 오랜 교육과 숙련과정을 거친다. 어느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처우가 형편없다. 이발사, 요리사 역시 고된 견습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사제지간, 사수와 조수의 관계가 그 어느 직업보다 돈독한 반면 엄격하다. 그래서 스승 사(師)를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판,검사나 회계사와는 달리 도제식(徒弟式)교육으로 몸으로 감각으로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직업인 셈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발사가 외과의사를 겸했다. 이발소 표시등이 붕대를 의미하는 백색, 동맥의 빨강, 정맥의 파랑띠로 돌아가는 이유다. 이 사(師)짜를 가진 직업군은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
메스와 면도칼을 들고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의사와 이발사, 육체를 먹여살리는 요리사와 정신을 먹여살리는 교사.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의사(葬儀師).
그들의 일에는 신(神)을 대신하는 경건함이 있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사명이 주어져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흔히 '의사 선생님'이라고는 하면서 '요리사 선생님' '이라고는 하지 않는 것일까?

국제공항 부지를 선정하면서 필시 도심 부근의 비싼 땅값과 소음 민원등의 문제 때문에 영종도(永宗島)가 낙점됐을텐데도 그 옛 이름 자연도(紫燕島)가 '보라색(紫) 제비(燕)'로 '비행기'를, 영종도(永宗島)가 길 영(永) 마루 종(宗) 섬 도(島) "긴 마루가 있는 섬" 즉 긴 활주로를 가진 섬이라는 뜻이어서 그리 되었다는 설(說)이 설득력을 갖는다.

'사'짜가 붙는 직업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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