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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by 문성훈

'해 질 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안되는, 낮도 밤도 아닌 애매모호한 시간의 경계,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사물의 윤곽이 희미해지는 이 황혼이 더욱 길고 오래도록 이어지면 좋겠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는 빛이 되었건 의혹을 덮는 그림자였건 이 시간이 지나고 설사 질흑같은 고통의 밤이 이어진대도
희뿌연 여명에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아침을 맞이할 수만 있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감내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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