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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반도주? 아니 주반도주!

2박3일

by 문성훈

통영에 왔다.

언제나 그랬듯 바쁜 일상의 보폭이 느긋해질 때가 아니라 잔잔하던 강물이 폭이 좁아져 급류를 타게 되거나 바위 무더기를 만나 휘몰아치는 지점에서 뛰어 내린 것이다.
따뜻해진 날씨 탓인지 병 안에서 팽창하던 가스같은 그 무언가가 내 속에서 끓어오르던 찰나에 코르크 마개를 딴 셈이다.


먼 길이지만 여행은 떠나기 전 먼저 가 있는 마음을 들여다볼 때 가장 행복하고, 오고 가는 여로가 나머지를 채운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새색시같은 장모님, 사랑하는 처형들과 함께다. 이전에도 이렇게 부산도 다녀왔었다.
아름다운 다섯 여인과의 동행. 행복한 청일점이다. 나는 막내 사위다. 아내가 막내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 고마울 때가 이런 때가 아닐까 싶다.

지식, 교양, 덕망, 도리, 절제, 인정....
배우고 경험한 삶의 정수(精髓)가 인간을 둘러 싼 아우라로 후광이 된다면 우리 장모님과 딸들은 어느 장소, 어떤 무리에서도 뒤지지 않을 분들이다. 게다가 미모까지 겸비했으니 더 할 나위 없다.
소 뒷걸음치듯 엉겹결에 맞춘 로또가 이런 것이리라.


싱상한 횟감으로 장을 봐서 반주를 곁들인 저녁 만찬을 했다. 살림꾼이 넘쳐나니 끼어들 자리가 없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몸에 배인 분들인데 어제는 남늦게 효행을 실천했다. '효도 고도리'가 그것이다.
주변에서 타짜들을 보아 온 내 눈에는 어설프기 그지없는데 다들 수준이 고만고만하니 절대 강자도 없는데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아침에는 인근 탄산온천을 찾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시설은 낙후되었느니 수질은 뛰어나다"라는 평가가 눈에 띈다. 자라면서 명절에 찾던 목욕탕이 이러했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멋과는 거리가 먼 투박하고 있을 것만 갖춘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목욕탕이다. 인터넷 평가는 정확했다.
게다가 지금은 황학동에서나 볼 수 있을 때밀이 기계까지 갖췄다. 다들 만족해했다.
정서를 공유하고 소통에 거리낌이 없으니 머무는 곳이 극락이다.

점심은 시내로 나가 맛집 순방을 겸할 참이다. 나는 리조트에 머물렀다. 몇 차례 통영을 찾았던 처라 그다지 새롭지도 않거니와 무엇보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다.
돌아오는 편에 '멸치회 무침'을 부탁했다. 거기에 막걸리를 곁들이면 엉덩이가 살짝 떠있는 공중부양을 경험할 수 있다.


꼭 국가 시책을 따라서도 아니고 미래를 걱정해서도 아니다. 자식은 일단 많이 낳고 볼 일이다. 딸이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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