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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Jun 06. 2019

하루를 짠다

어떤 오마주

현충일이다. 6월 6일... 휴강이다.
며칠 전 조교에게 학과사무실에 연락해 보강일을 잡으라 했다. 학칙상 한 학기에 1번의 휴강은 보강을 하지않아도 된ㄷ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강을 했으면 한다는 뜻이었는데...  아이들의 수강 과목과 시간이 제각각일테니 임의로 지정할 수도 없다.
학기 중에 가깝게 지내는 타 대학 MBA과정 교수님을 모셔서 특강을 듣게 하다보니 내 강의 시간이 더 부족해졌다.
식사 대접만 했는데 감사한 일이고 아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건축학과는 5년제다. 예전보다 1년이 더 길어졌다(학교마다 다르지만...) 타과생들보다 1년을 더 공부하는 데 그만큼 가치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더 많은 것을 얻고 졸업하는 지는 의문이다.
손사래치다 4년 전부터 강의를 맡게 된 이유도 타 과보다 1년을 더 보내는 아이들의 기회비용을 생각해서이고, 내 학부 때와 비교해서 커리큘럼에 별다른 차이를 발견하지 못해서다.

오늘 대부분의 시간을 인테리어에 관해 써 뒀던 컬럼을 정리하고 보태서 7편의 글을 밴드에 올리는데 보냈다.
그 밴드도 강의를 시작하면서 졸업생과 재학생, 또는 재학생 간의 느슨해진 고리를 묶어주고 관련 정보와 소통을 위한 창구로서 열어 둔 것이다.
내용들이 긴 편이라 건성으로 읽을까봐 강의한 것으로 간주해 기말고사 범위에 넣겠다는 공지를 달았다. 넣을까 뺄까를 한참 고심했다. 현실과 타협한 결과다.
학점에는 다들 민감하니 주효하겠지만 씁쓸한 고육책이다.

그렇게 이상과 현실, 바램과 어긋남, 채움과 비움이 명징하게 직조된다.  삶이란 베틀에서...

※ 베틀에서 날실 사이를 오가며 씨실을 풀어주는 작은 배모양을 한 물건이 북(shuttle)이다.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인생을 짜는 데에도 북(book)이 필요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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