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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Jun 09. 2019

결혼조건 부모자격

오바마 전대통령에게 당시 백악관 공보국장인 댄 파이퍼가 여자친구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다.
오마바는 결혼을 생각하는지를 묻고는 세가지 조언을 해줬다.

"그는(그녀는)당신에게 흥미로운 사람인가(Is she someone you find interesting)?"

두번째는 "당신을 웃게 만드는가(Does she make you laugh)?"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이 아이를 원한다면  좋은 부모가 될 것 같은가(Do you think she will be a good mom)?"

결혼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만큼 중요한 결정이다. 다행히 좋은 배우자를 만난다면 스승이자 친구인 영원한 내 편을 갖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이 배우자 선택기준을 직업이나 경제력,  능력과 외모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보면서 오마바의 조언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ㆍㆍ ㆍ

나는 일곱개 복(福) 중에서 한 개가 맞아 최진사댁 세째 딸을 신부로 맞은 칠복이인 셈이니 나와 결혼을 결심한 아내의 생각이 궁금하다.

부부모임에서 흔히 "대체 저 녀석 어디가 좋아서..."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내는 첫 만남에서부터 눈물이 찔끔 날만큼 웃었다는 오바마의 조언 중 두번째에 해당하는 얘기를 한다.
그러니 하나는 충족했다.


얼마전 허물없는 가까운 지인과의 만남에서 '내'가 안주감이 됐다.

" 참 독특하죠?" 란 지인의 질문에

" 네 신기할 정도로요.... 어떻게 저런 생각과 행동을 할까? 정말 연구대상이다 싶을 만큼 흥미롭죠(Interesting)"

" 남편을 대상으로 논문을 써보지 그러세요?"

"그럴까요? 그런데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서....ㅎㅎ"
지인은 교수고, 아내는 교육학을 공부중이다.  그러니 첫번째 조건도 무난히 통과한 셈이다.


문제는 "과연 좋은 부모가 될 것 같았고, 지금은 되었나?" 하는 것이다.
아마 혼담이 오갈 때는 고교 교사셨던 아버지와 당시로는 드문 인텔리고 인품이 훌륭하셨던 어머니 사이에 난 자식이란 가산점이 큰 영향을 끼쳤을텐데,  결혼 후에는 후회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결혼 후 순한 아내와 처음으로 크게 격돌한 것은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고서였다.
나는 학교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1차 부부대전(大戰)의 결과로 교육은 아내가 전담하게 됐다. 이후 두 아이가 대학을 들어갈 때까지 나는 성적표를 단 한번도 보지않았으며, 시험기간과 무관하게 여행에 데리고 다녔다. 아이들이 학원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은 것은 내 생각을 존중한 아내의 결심 덕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밥벌이에 허덕이느라 많은 시간을  못보냈고, 조금 여유가 생겼을 때는 나에게만 집중했다.
그나마 작은 아이가 자사고를 가려할 때 조언을 해준 것과 두 아이 대학과 전공 선택에 관해 내 생각을 말해 준 것밖에 없다. 그렇게 집 앞 고등학교로 다니게 한 것이, 조금은 다른 길로 들어서게 한 대학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겠다.
자신할 수 없다. 물었으니 내 생각을 말해 준 것밖에 없다고 발뺌 할 참이다.

지금은 끊다시피했지만 술, 담배, 친구, 사람을 좋아했고, 느닷없이 가출(여행)하기를 즐겼으며, 한 가지에 몰입하면 식음을 전폐하는 덕후기질을 보였으니 어떤 아비로 비춰졌지 사뭇 두렵기도 하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캠핑과 여행도 실은 내가 좋아서 한 것이고보면 그다지 좋은 부모는 아니었다.

금슬좋은 부부, 언제나 엄마가 최우선인 아빠, 아빠 뜻을 존중하는 엄마의 모습은 보여 준 것 같은데 그마저도 아내의 노력 덕분이니 내 채점표에 기록할 수는 없다.


토요일 새벽에 들어 온 작은 아이를 오늘 오후에야 제대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친구를 만났고, 모여서 축구 경기를 보느라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 너 이 따위로 할래?" 시비부터 걸었다.

" 왜 아빠~~" 둘이서 옥신각신 다투다가 아내에게 혼이 났다.

"둘 다 조용 안 해!"  

거실에서 쫒겨났다.
아들 침대에서 별 의미없는 근항 몇 가지를 묻고 답하다 둘 다 잠이 들었다. 녀석은 축구보느라 제대로 못잤고 나 역시 잠이 모자랐다.

기차 시간 맞춰 짐을 챙기는 녀석에게

" 너 아까 아빠 얘기 잘 들었지?"

" 무슨 얘기요?"

" 니 방에서 아빠가 얘기 해줬잖아. 어떻게 생활하고, 신경 써야 할 건 뭔지....?"

" 아빠 먼저 주무셨잖...."

" 시꺼! 아무튼 그렇게만 하면 돼" 아내가 먼저 웃고, 아들이 따라 웃는다.

"넵"

......좋다.

어찌하다보니 두 아이가 주민증이 나오고 선거권을 가진 성인이 되어버렸다.
"내가 좋은 아빠였니?" 물어 볼 자신도 없지만 자충수를 둘만큼 미련하지도 않다.
아내가 자주 쓰는 말인 '품 안에 있을 때' 만이라도 그들을 기다리는 생존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지혜를 전해주는 것으로 마음의 빚을 덜어야 겠다.

나는 오늘 187덩치를 가랑이에 사이에 끼우고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
녀석과 같이 한 꿈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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