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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Jun 16. 2019

너란 놈

여름맞이

쨍하다 싶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바야흐르  여름이다.
영어라면 어지럼부터 느끼지만 영어 단어로 가장 선명한 계절은 봄(Spring)과 가을(Fall)이라는 것쯤은 안다.

대지에서 솟구치듯 생명이 튀어 오르는(Spring) 봄과 제 몫을 다한 이파리들이 다소곳이 내려앉는(Fall) 가을은 새초롬한 새악시와 조신한 조강지처같은 계절이다.

그에 비하면 여름은 격정적이고 우악스럽다. 은근하지도 않으니 준비할 여유도 주지않는다. 여름(Summer)이 태양(Sun)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설득력있는 이유다. 동화에서 햇님이 나그네의 저고리를 벗게해서 내기에서 이긴다. 현실에선 태양이 여인의 옷을 한꺼풀씩 벗긴다.

겨울은 사납고 매몰차다. 바람을 앞세워 등장을 예고한다고 해서 겨울(Winter)이란 말의 어원이 바람(Wind)일거다. 흔히 동장군이라고 하는데 겨울은 남성적이라기보다 다분히 여성적인 계절이다. 싸늘한 기운은 여성보다 예리할 수가 없다. 결혼해서 살아보니 그렇더라.

ㆍㆍㆍㆍㆍ

프로포즈도 없이 느닷없이 손목잡혀 혼인신고하러 간  기분이 들지만 여름이란 놈의 성정이 그러한 걸 탓해서 무엇하겠는가.
한 판 신명나게 놀아 볼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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