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거푸 맥주를 들이켰더니 알딸딸하다. 렌지에 돌린 멸치가 맛나서 한잔, 남은 멸치가 짜니 다시 맥주를 따고, 술은 남았는데 안주가 없어 또 렌지를 돌리고... 그렇게해서 마신 것일 뿐이지 내 탓이 아니다.
몇 살에 술을 배워 언제부터 즐겼던가.
술은 고교시절 선생님께 배웠다. 선친이 술을 즐기셨지만 무섭기가 호랑이같아 감히 대작할 엄두를 못냈었는데 다행히(?) 담임선생님께서 술은 입에도 안대시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에 장로셨다. 들은 바는 있어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겠다고 작심한 터였다. 이런 저런 핑계로 선생님께 선물로 갖다 드리겠다고해서 어머니께 인삼주나 양주 한 병을 받아들고 선생님댁을 찾아갔다.
"아니 이놈아 웬 술이냐. 나는 술 안마셔"
"아 참 선생님 술 안드시죠. 그럼 제가...."
그렇게 선생님은 사모님이 들여 온 귤을 까 드셨고, 나는 귤을 안주삼아 들고 온 술을 홀짝거리렸다. 선생님 안경 너머로 웃음끼 도는 눈꼬리를 본 것도 같다.
그렇게 몇 번을 들락거리니 어느 날.
"너 술 먹으러 오는게지 이눔아"
"아닙니다 선생님. 자꾸 까묵습니다. 선생님 술 안드시는 걸..." 아무튼 나는 어른 그것도 담임선생님께 술을 배웠다. 아니 배운 셈이 됐다.
ㆍㆍㆍ
고등학교 2,3학년 2년동안 그 분이 담임이셨다. 고3때는 모두가 저녁 도시락을 먹고나면 야간 자율학습이란 걸 해야했는데 맥주 한 쪼끼가 간절했다. 교무실로 갔다.
"선생님 시내 나가서 딱 맥주 한 잔만 마시고 오면 안되겠습니까?"
"뭐?"
"두 잔도 아이고 딱 한잔만 마시고... 자전거 타고 후딱 갔다오면 됩니다. 그러면 공부가 절로 될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는 문교부가 아니 선생님 승인하에 저녁마다 시내를 다녀왔다. 물론 약속은 지켰다. 생맥주 한 잔 들이키고 안주로 김 한장 혓바닥에 붙이고 타는 자전거는 손오공의 근두운 못지않았다. 아무튼 어릴 때부터 남 뒤에서 구시렁대거나 숨어서 몰래 하는 짓을 싫어했다. 선생님이 나무라시고 못하게 했으면 안마셨을게 분명하다.
그래서 공부가 잘됐는지 야간자율학습을 열심히 했는지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미리 말해 두는 게 낫겠다. 어느 날엔가는 늘 하던대로 맥주 한 잔 하고 왔는데 아마 그 날은 날씨가 쌀쌀했던 모양이다. 일어나보니 교실 커텐을 걷어서 둘둘 말고서 교실 뒤 마루에서 자고 있었다.
취기로 쓰는 글이라 깨면 지울텐데 의외로 동지(?)나 공감대가 많다면 술에 얽힌 얘기를 써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