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by 문성훈

모로 걸어야 지나 갈 좁은 골목 월셋방에서 태어나 갯벌에서 뒹굴고 흙 먼지를 먹고 자란 나는 병원 분만실에서 낳아 아스팔트 위 아파트 밀림에서 키운 두 아이에게 늘 미안하다.

아프리카 원주민 아이들에게 상을 걸고 경주를 시켰더니 모든 아이가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 가서 정답게 나누어 먹더라는 우분투(Ubuntu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원주민 말)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더니 인디언 부족 아이들이 바닥에 삥 둘러앉더란다. 선생님이 "왜들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려운 문제는 서로 의논하고 힘을 모아 풀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라고 대답했단다.

아토피가 있어 새집을 피해 이사 갈 궁리를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거나 지금도 환절기에 알러지 비염을 앓을 때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문명이 혜택만을 준 것인지, 잘 산다는 의미를 반추하거나 선진국의 정의가 무엇인지 헷갈릴 때마다 혼돈 속에 우리 스스로가 만든 생존의 정글을 헤쳐나가야 할 아이들의 뒷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덜 쓰고, 덜 버리며, 덜 욕심 내야 겠다. 그들도 써야 하고, 그들이 치워야 하는데 그들이 누려야 할 것은 남겨둬야 어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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