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연을 맺고 살다보면 서로의 장단점이나 이전에 몰랐던 부분까지 알게된다. 애정이 있으니 서로의 결점은 지적하게 마련인데 아무래도 허술한 남정네들이 대상이 될 때가 많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닌데 가끔은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하수상해진 탓에 하지말아야 할 (혹은 해서는 안될) 행동이 되는 억울한 경우가 있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유달리 좋아하는데 어릴 때부터 그랬고 연애시절부터 아내도 익히 아는 바다. 길에서건 쇼핑몰에서건 엘리베이터안에서도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인사를 하고 나이와 이름을 묻는 건 기본이고 옹알이하는 아기라면 그 부모에게 몇개월인지 성별은 뭔지 묻고 이쁘다 귀엽다를 남발한다. 예전에는 쓰다듬고 볼터치에 안아주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아내의 강력한 단속과 훈계로 손발이 묶여있다.
그런 내게 늙어간다는게 그리 나쁘지만은않은 때가 있다. 많은 조카들이 결혼을 해서 새생명들이 연이어 태어나서다. 얼마전에도 장가 간 조카가 딸을 낳았다. 폰 동영상만으론 성에 차질 않아서 언제 보러 갈거냐고 아내를 채근하는 중이다.
막내 동생은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늦장가를 가서 터울이 많이 지는 조카들을 셋이나 낳아줬다. 유치원 다니는 둘째녀석(딸)과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강력한 라이벌인 지 아빠를 제치고 선택받았다. 아직 젖먹이인 막내를 안으면 목덜미에서 달큰한 살냄새가 난다. 사람냄새다...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아기들에게서 나는 인간 본연의 고유한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귀부인의 고급 향수보다 향기롭고 스쳐지나는 아가씨의 젖은 머리칼에서 풍기는 샴푸 향보다 더 유혹적이다.
간난 아이를 두고 "언제 커서 사람구실 하냐?"라고 말하는 어른들을 본다. 내가 보기에 인간은 완성체로 태어난다. 양수 대신 수돗물을 마시고, 탯줄로 호흡하다 세상 공기를 마시게 되면서부터 짐승으로 변해간다. 어쩌면 인간이 만든 교육은 길들여지는 개의 훈련과 다름없을 지도 모른다.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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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젖먹이의 똥은 소담스럽고 냄새 또한 지독하지 않다. 몸에 좋은 것 맛난 것을 찾아 먹는 어른들의 똥은 역겹다. 오장육부가 깨끗하지 않으니 녹슨 배관에서 나오는 수돗물처럼 탁할 수 밖에 없다. 온갖 탐욕과 거짓으로 병든 머릿속에서 나오는 말과 글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아기들의 옹알이보다 못한 냄새나는 말들이라선지 유독 사설과 변명이 난무한다. 그렇게 싸구려 향수를 뿌려댄들 없어질 냄새가 아니다.
나 또한 적지않은 나이니 차츰 노인이 되어갈 것이다. 노인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는 어쩌면 명현반응일지 모른다. 젖먹이의 사람냄새 대신 세파를 헤치며 스며든 그 지독하게 역겨운 냄새들을 서서히 배출하고 다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 가 자연의 품에 안기는 과정인 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모른다. 내 몸,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나는 짐승의 냄새를 맡을 줄도 모르고, 뒤엉켜 뒹굴다보니 원래 사람 냄새인 줄로만 안다. 버튼 한번 누르면 말끔히 씻겨내려가는 문명의 이기 덕분에 똥 냄새를 맡을 기회조차 없어졌다. 심지어 왕조시대 어의(御醫)출신도 아니면서 높은 사람 의중을 살피느라 그 똥을 맛보고 냄새 맡기를 주저하지 않는 어른들까지 있다. 참으로 고약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