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항에서...

모비딕

by 문성훈

어제 저녁 서초항에 도착해 '검찰개혁'호에 탔습니다.
거대한 괴물 '검찰'과 맞서는 일개 선원이 되기로 작정했기 때문입니다.
선원들은 격랑 속에서 서로를 부르지 않고도 눈빛만으로 제 할 바를 다합니다. 돛대 앞에서, 앞 갑판에서, 이 활대 저 활대를 오가는 그들의 질서 정연한 움직임이 배를 나아가게 합니다.
훼방놓는 맞바람은 결코 돛을 부풀게 하는 새 역사의 거센 뒷바람을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괴물이 도사린 중앙지검이란 동굴의 아가리 앞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돛대신 피켓과 현수막을 펼치고 이물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숭고하고 장엄한 광경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동굴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날카롭게 우리를 노려봤지만 주눅이 든 쪽은 그들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큰 파도가 되어 천천히 밀물처럼 움직였습니다. 중앙지검에서 대검찰청까지 그 음험한 동굴 앞을 거쳐갔지만 그 무엇도 도도한 물결을 막아서지 못했습니다.
손부채질만도 못한 맞바람을 불어대는 언론과 수구세력의 역겨운 냄새 풍기는 입바람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폭풍과도 같은 바람이 우리를 한걸음씩 전진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앞 갑판에 선원으로 서 있으렵니다.
어제 그 배에는 위정자를 자처하는 선장따위는 없었습니다. 내가 뱉은 폐속 묵은 공기나 실컷 마시라지요. 언젠가 그들도 이 배에 오르려하겠지만 골방 늙은이 취급해야겠습니다.
큰 배가 선원의 꿈틀거리는 근육과 날랜 움직임으로 나아가듯 세상은 그들의 갈라진 혓바닥으로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괴물의 턱 뼈로 소굴이었던 동굴 입구를 장식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 아래를 오가며 지난 날의 교훈을 잊지않게 해야겠습니다.
다시는 괴물이 되지 말라고...
ㆍㆍㆍㆍㆍ
"거듭 말하지만, 나는 언제나 선원으로서 바다에 나간다. 선원은 반드시 수고한 데 따라서 대가를 받기 떄문이다. 하지만 승객으로 배를 탄 사람이 한 푼이라고 돈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승객은 돈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내야 한다. 돈을 받는 것과 내는 것은 천지 차이다. 돈을 내는 행위는 과수원의 두 도둑이 우리에게 물려 준 괴로움 중에서도 아미 가장 불쾌한 괴로움일 것이다. 하지만 '대가를 받는 것' -이것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돈이야말로 지상의 모든 악의 근원이고, 부자는 절대로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우리가 진지하게 믿고 있음을 생각하면, 사나이가 멋진 활동으로 돈을 받는 것은 참으로 경탄할 만한 일이다. 아아! 우리는 얼마나 기꺼이 우리 자신을 파멸에 내맡기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말하거니와,
나는 언제나 일개 선원으로서 바다에 나간다. 앞 간판에는 건강에 좋은 운동과 맑은 공기가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서와 마찬가지로 -피타고라스의 격언을 어기지 않는다면- 앞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은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다 훨씬 우세하고, 따라서 뒷간판에 있는 선장은 대부분 앞간판의 일반 선원들이 마시고 뱉은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게 된다. 선장은 자기가 새 공기를 마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상에서도 지도자가 모르는 사이에 일반대중이 지도자를 이끌어 가는 경우는 많다" -모비딕 中에서
#괴물을두려워하는순간_당신은이미죽은목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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