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누가 키우는가?

by 문성훈

"평화도 경제활력도 개혁도 변화의 몸살을 겪어내야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이 회담을 마치고 귀국 소회를 밝힌 내용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누가 몸살을 앓아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국민이? 또 다시 몸살을 앓고 떨쳐 일어나달란 얘기로도 들린다.

평화를 정착시키고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란 것쯤은 안다. 개혁이 피를 부르지 않고 이루어지기란 얼마나 어려운 지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은 이미 할 도리를 다하고 이제껏 버텨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누구처럼 '문비어천가'를 부를 수는 없어도 이제까지 보여 준 문재인대통령의 국정 수행를 치하하는 국민 중 한 사람이고, 이 나라가 뒷걸음 치지 않고 미래를 위해 한발짝 더 전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재통령은 세계 유래없는 '국민의 무혈쿠테타'로 집권했다. 국민의 기대가 높은 만큼 어깨에 짊어 진 책임감도 무거우리라 짐작되지만 이전에 몰랐던 바가 아니지 않은가?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태평성대를 누리던 요순시대 왕의 암행순찰을 떠올린다.
밭을 가는 농부에게 "이 나라 왕의 이름을 아는가?" 물었더니 "등 따시고 배부른데 왕의 이름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다"고 대답했다는 일화로 이상적인 통치를 말하고 있다.

안다. 여든 야든 내 마음같지 안다는 것쯤은, 내 손으로 발탁한 수하인들 그 속내까지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지금의 상황 인식과 태도는 그다지 탐탁지 않다.
청와대와 정부가 몸살을 앓든 홍역을 앓든 했어야지 국민이 나서 청원을 하고, 촛불을 다시 들게해서는 안됐었다.

국민은 당신의 판단과 의지를 믿었기에 그 자리에 앉혔다. 당신인들 사람인데 무슨 허물이 없었을 것이며, 티클 한 점 없는 성인이라 여겼겠는가. 그래도 허물보다는 장점을 높이 사고, 그 누구보다 티클이 없다 여겼던 국민이 더 많았다는 것만은 기억했으면 한다.

국민에게 다시 몸살을 앓게 하지 말았어야 한다. 최소한 몸살을 앓게 해서 죄송하다는 마음부터 가졌으면 좋겠다.
집들이에 초대받은 것도 아닌데 검찰들이 부인과 딸만 있는 상사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야당 대표의 출산 행적을 해외동포들이 찾아나서는 기묘한 장면이 연출된다.
두달이 넘게 기억마저 흐릿한 학창 시절 단체 관람 영화도 아닌데 '대한 늬우스'를 틀어놓은 것처럼 한 인물의 이름만이 서두를 장식한다.

당신에게 태평성대를 바라지는 않지만 '정상 국가'로 돌려놓을 책임은 분명히 있다.
우리도 소를 키우고 밭을 갈아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외양간 근처는 가보지도 못하고, 잡초 무성한 밭은 내팽겨쳐둘 순 없다. 눈을 감고 귀를 닫아도 세상의 소음으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우리 국민은 당신에게 책임도 지웠지만 권한도 줬다.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밀어부쳤으면 힘이 부치기 전에 한시바삐 마무리 지어라.
헌법 상에 주어진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서라도 개혁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총선과 대선, 차기 정권까지 내다 보지 않길 바란다. 그 역시 때가 오면 국민이 판단한다. 그 권리는 당신이 아니라 우리가 가졌다.

쉬어야 할 주말 검찰 청사 앞을 밝히는 촛불이 아름답다고 정상이라 여긴다면 정상이 아니다. 필요를 느끼다가도 피로가 쌓이면 필요에 무디어진다.
사형수의 가족이 망나니에게 돈을 쥐어주는 것은 단칼에 고통없이 목숨을 끊어달라는 간청이다. 검찰이든 사법부든 아니면 언론이든 개혁의 단두대에 올려놨으면 이제 그 줄을 끊을 때가 왔다.
우리 국민의 당신에게 칼을 쥐어준 이유를 잊지마라.

나도 소 좀 키우자!

20190926_150645.jpg
작가의 이전글서초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