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2

by 문성훈

오래 기다리게 했고 노총각, 노처녀로 한 결혼이지만, 23년을 살면서 아내가 남들에게 야외 촬영이나 결혼식 앨범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야외촬영을 부랴부랴 하기는 했었습니다. 장모님께 호기롭기 '결혼선언'을 하고 올라 온 저는 이전에 서랍 어딘가에 넣어 둔 데이콤(현 LG텔레콤)의 '고객 이벤트 쿠폰'을 찾아냈습니다. 거기에 적힌 <야외촬영 파격할인>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였죠.

그리고, 우리는 신촌에 있는 그 촬영 스튜디오를 찾아갔습니다.
동네 사진관이 아니라 제법 규모있는 고급 스튜디오였습니다. 우리를 맞이한 여상담실장이 죽은 줄 알았던 친정오빠가 살아 돌아온 듯 얼마나 친절하던지... 그리고는 마치 자기 일인것처럼 축하인사부터 건네고 차를 가져오더군요.
마침내 쇼파에 앉아 본론에 들어가자 저는 그 쿠폰부터 내밀었습니다. 기억이 가물하긴 한데 거기에는 100만원 상당의 촬영을 파격 할인해서 50만원에 해 준다고 되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예상했다는듯 그 실장은 미소를 띠며 탁자 위에 네 종류의 앨범을 올려 놨습니다.
"이것이 현재 할인행사 중인 앨범이고... 이것은...."
즉., 할인행사중인 제일 낮은 가격의 앨범(50만원)부터 100만원, 150만원...200만원 단계별로 구성이 되어있다는 겁니다. 한 눈에 봐도 양장 표지의 재질(레자,가죽)부터 사진의 퀄리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그리고선 150만원짜리 앨범을 우리 앞으로 내밀며
"대부분 고객분들은 이 제품을 선택하시고 매우 만족하십니다" 라는 말을 덧붙이더군요.
아내는 그 앨범을 뒤적거리며
"이쁘네요. 사진도 번쩍이지 않고 고급스럽고...."

그제서야 제가 앨범에서 눈길을 떼고 그 실장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그냥 쿠폰에 나와있는 앨범으로 해주세요"

"네?...아.. 아니 이 제품은 하시는 분이 안계시..."

"아뇨. 이 앨범으로요"

순간 우리를 맞은 이래 미스코리아대회에 출전한 사람처럼 만면에 띠고 있던 그녀의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네? 진짜 이 앨범으로...?"

다시 묻길래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네. 이 쿠폰에 적힌 이 앨범요....."

서류를 작성하는 내내 아내는 그 150만원짜리 앨범 겉면을 만지작거리다 내 얼굴 한번 보기를 반복했습니다. 닭이 물 한모금 먹고 하늘 쳐다보듯 말입니다.

마침내 "됐죠?.... 가자"
그렇게 아내의 손을 잡고 스튜디오를 나오며 "괘씸하게 어디서 수작질을..." 화를 냈습니다.(뭐 가격적인 측면도 없었다면 거짓말일겁니다)
그 기세에 그녀는 아무말도 못했지만 스튜디오에 두고 나온 물건이라도 있는 것처럼 미련이 남은 표정이었습니다.

며칠 뒤 인근 고궁에서 몇 시간만에 단체 졸업앨범 찍듯 후다닥 끝낸 야외촬영이니 아내는 두고두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저는 "잘 나왔네 뭘... 그거 언제 들여다보겠어"라고 눙쳤습니다.

아... 그리고 결혼식 사진은 이미 밝혔듯이 신문사 대강당을 빌렸으니 실내 조명과 꽃장식이란 게 조악한데다 바다를 바라보는 창이 맞은 편에 있어 역광도 좀 들어오고해서 별로 아름답지 않으니 그 뒤로 아내가 책장에서 앨범을 꺼내는 걸 못봤습니다. 물론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못본 건 물론이고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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