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by 문성훈

출퇴근을 버스로 하게 되면서 중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가장 많은 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낸다.
출퇴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니 되도록 러시 아워를 피한다. 자연히 대부분은 앉을 수가 있다.


요즘은 버스 안에서도 책을 읽는다. 이전까지는 인터넷 강연이나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었었다. 책을 읽고 싶었지만 왠지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항상 책을 가까이하고 내게도 자주 책을 선물하는 친구가 있다. 10년동안 알고 지내면서 지음하는 사이인데 언제나 책 한권은 손에 들고 들고 다녔다. 나 역시 책 두권을 백팩에 넣고 다니지만 손에 들고 다니는 경우는 없다.


어느날 문득 '왜 저 친구는 책을 손에 들고 다닐까? 혹시...' 궁금했는데 그를 따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알게 됐다.
한 손의 자유로움을 포기하는 대신 언제든지 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삶은 상당부분 사람간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간의 관계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많을 수록 더 긴밀해지고 돈독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에게 얼마나 정직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하는 것으로 가늠할 수는 있다. 사람간의 관계가 신뢰을 넘어서서 애정의 단계로 접어들 때 굳이 묻거나 알려주려 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가 된다.


어느날 수십년 세월을 알고 지낸 고향 친구에게서 낯선 사람을 마주한 느낌을 갖게 되거나 우연한 기회에 알게됐지만 동기간의 정을 나누고 지낸다면 사람간의 관계가 같이 한 시간과 공간에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우리는 거리낌없이 있는그 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따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서로를 잘 아는 사이가 되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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