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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도심 아파트 군락의 아침은 무대의 막이 열리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 <트루먼쇼 The truman show 1998> 에서처럼 태양을 대신한 조명처럼 켜지고 그제서야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나타나며 맡은 바 역할대로 움직인다.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니 할아버지 한 분이 잠자리채를 들고 장애우 경사로 옆 감나무에서 감을 따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근데 그 감 먹을 수 있을까요?" 대답 대신 환하게 웃으신다.

자전거 거치대 앞에선 엄마가 자전거 자물쇠를 열어주고 아이 손에 작은 신발가방을 들려주며 등교길을 챙긴다.
"이건 손에 쥐고 타. 이 안에 ㅇㅇㅇ도 들었어" 아이에겐 잔소리에 불과할 당부도 잊지않는다.
세상 어머니들이 똑같다. 그 잔소리를 듣던 아이가 엄마가 되어서 제 아이에게 열심히 대사를 전수하는 중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와 고등학교 교사는 철사로 엮은 펜스 하나를 사이에 둔 지척이다. 나는 특목고를 가겠다던 아들을 이 학교에 보냈다. 노랫소리가 새어 나온다.
제목은 모르지만 귀에 익은 대중가요인데 곧잘 부른다. 주변이 조용한 걸 보니 청중들이 있나보다. 아직 수업이 시작되기 전인데 선생님이 시켰을까 아니면 아이들이 등을 떠밀었을까 노래부르는 아이에게 쏠린 눈길들을 상상하며 상가 편의점으로 향한다.

까르르 아침부터 무엇이 즐거운지 여중생들이 조잘대며 주전부리를 고르고 있다.
"오늘은 늦네. 지각 아냐? ㅇㅇ이는 오늘 안보이고..." 계산을 하는 주인과는 잘 아는 아이들인가 보다. 도시에는 참새를 대신해 이 아이들이 싱그러운 웃음소리로 아침을 깨운다. 단지 입구에는 노란 완장을 찬 경비원아저씨들이 교통신호를 하며 주민들의 출근과 등하교를 돕는다.
"수고하십니다" "네~ 안녕하세요"

내가 타고 갈 버스의 정류장은 도로 건너편이다. 아저씨의 수신호를 기다린다. 깃발이 올라가고 나는 길을 건넌다. 어쩌면 이 영화의 감독은 경비원 아저씨일지도 모른다.
오늘 첫 장면의 촬영은 순조롭다. 당신 한 분만을 관객으로 모신 우리 모두는 무대위 등장인물이고 각자 삶의 주인공들이다. 모두가 트루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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