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친구와 내기를 했었다. 인근에서 서점을 찾는다면 내가 지는 것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내가 이겼다. 나로서는 이미 이 부근으로 수차례 친구를 만나러 왔었기에 자신이 있는 불공정한 게임이긴 했다.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나싶어 지도 검색을 했는데 한군데가 눈에 띈다. 큰 길 건너편에 한 곳이 더 있는데 인근이라고 하기엔 멀다.
한때 특색있는 카페와 레코드가게, 공방이 있던 홍대 부근이 쇠락하며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주점, 대형 옷가게등이 들어서더니 이내 부동산가게와 오락실, 안경원이 점령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영향도 있지만 신촌처럼 대학가 문화가 사라지면서 경쟁력을 잃고 차츰 상권이 몰락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 내심 조바심을 냈었는데 최근들어 희망적인 징후가 보인다.
연희동과 공원으로 조성되는 당인리 발전소 인근을 중심으로 독립서점이 들어서고 있어서다. 이대 부근에 들어선 서점 두 곳도 역시 독립서점이다. (교내에는 교보서점이 있다) 나로서는 길가에 핀 야생화를 발견한듯 기쁘기만한대 홍대 근처 서점은 산책을 하며 몇 군데 둘러보기도 했다.
예전 책방과 다른 것은 나름대로 개성을 지니고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결합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원래도 다른 나라보다 독서량이 적은 한국인인데다 그마저 독서인구가 줄고 있고 종이책 시장이 위기라고도 하는데 의와라면 의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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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과 유럽의 독립서점들은 체인 서점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은 싼 가격과 물량공세로 펼쳤지만 그들 역시 대형서점이 등장하며 큰 타격을 받았다. 대형 서점들은 시장 점유율을 앞세워 독립서점 수를 현격하게 줄게했지만 그들 역시 아마존이 등장하며 독립 서점과 같은 몰락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다시 독립 서점이 새로이 문을 열고 있다.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던 아마존의 온라인 도서판매는 주춤한 대신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판매가 늘고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정도로 추려 볼 수 있는데 첫번째는 오프라인 매장이 가지는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서가만 가득찼던 천편일률적인 책방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와 차별화 전략으로 공간이 주는 느낌과 경험, 독서모임이나 이벤트를 주관하며 직접 만지고 체험하게 하는 실재하는 장소로서의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아마존처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의한 책추천 대신 독립서점의 경험있는 점원을 통한 핸드셀링(손님에게 맞는 책을 점원이 권하는 판매방식)이 주효하고, 온라인 상에서는 수많은 책의 리뷰를 확인해서 책을 선택해야 하는데 반해 독립서점에서는 편안한 자세로 엄선된 책 중 몇 권을 골라서 읽어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컴퓨터 화면이 아닌 인간과의 스킨 쉽과 자연스러운 대화로 판매가 이뤄지고, 실재하는 공간이 주는 경험과 책을 만질 수 있는 물리적 특성이 사람들을 독립서점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비닐하우스에서 대량으로 키운 화초는 화려하지만 수명도 길지 않을 뿐더러 그 향도 미약하다. 들길에 핀 코스모스는 비료를 주지않아도 스스로 계절을 알아서 피고 바람에 그 향을 실어 보낸다. 도심 속에 피어난 코스모스고 억센 생명력으로 돌틈을 비집고 나온 야생화다.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독립서점이 척박한 도심의 오아시스로 마르지 않는 샘으로 우리의 갈증을 달래주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