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된장이 그러하다. 된장을 선물받았다. 감사하게도 가끔 무언가 선물하겠다는 분이 계신다. 그때마다 손사래를 치고 사양했는데 직접 담근 된장이라니 그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문봉준님은 한약사시면서 순창에서 된장을 담그신다. 된장을 베이스로 막장, 쌈장을 만들거나 찌게를 끓일 수도 있지만 나는 된장. 순수한 상태 그대로를 사랑한다. 냉장고를 뒤져 풋고추나 양파를 꺼내어 물에 만 밥과 함께 된장을 찍어먹는다. 재료에 가열을 하거나 다른 양념을 한다면 그건 된장에 대한 모독이다. 따로 다른 찬이 없어도 혼자만의 풍족한 만찬을 즐긴다.
이런 만찬은 최신설비로 대량 생산된 된장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온전히 자연이 길러내고 만든 먹거리여야 생짜로 먹을 수 있다. 사람의 손길은 거들 뿐 햇빛과 바람이 말리고 물과 소금이 간을 맞춘 것이라야 한다. 이렇게 어느 것 하나 버려지지않고 된장과 간장이 되어 밥상에 오른다. 거기에 시간이 조리를 해서 맛을 더해가니 인공의 기술이나 감미료가 얼마나 허망하고 얕은 잔재주에 불과한지 보여주는 천혜의 먹거리다.
사람이 거든다지만 된장 만드는 과정은 어느 하나도 손쉬운 과정이 없었다.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메주를 만들고 2개월 정도 자연건조시킨다. 그러면 설날이 오는데 설을 쇠고 나서 12~15일 정도 메주를 띄운다. 음력 정월이 되면 메주를 씻어 말려서 장을 담근다. 이게 끝이 아니다. 45일에서 60일 정도 소금물에 침전을 시켜서 된장과 간장을 분류한다. 분류한 된장과 간장은 3년 이상 자연 발효시킨다.
사계절을 읽고 직관과 오랜 경험으로 시간을 가늠하는 숙련과정을 거쳐야만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숙주종균을 아기처럼 다루어야하니 유명한 쉐프의 분자요리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예로부터 된장에는 오덕(五德)이 있다’고 했다. 단심(丹心), 항심(恒心), 불심(佛心), 선심(善心), 화심(和心)이 그것이다. 단심은 다른 맛과 섞여도 제맛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 항심은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는다는 의미, 불심은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해준다는 의미, 선심은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의미, 화심은 어떤 음식과도 잘 조화된다는 의미다. 실로 철학이 있는 먹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장류특구 순창의 장류연구소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는 그의 자부심은 그동안 흘린 땀방울과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리라. 다행히 판매도 한다고하니 된장그릇 바닥이 보인다해도 조바심내고 안타까워하지않아도 되니 기쁘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이 빚고 햇빛과 바람이 말려 시간이 조리한 된장을 맛보고 싶은 분에게 권한다. 나로서는 그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를 대신하는 글이자 마음에서 우러나는 그의 작품인 된장 추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