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자 사자 덤비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다. 죽기를 각오한다는 실없는 다짐을 믿지도 않는다. 정작 안타깝고 애절한 죽음은 신음조차 뱉을 겨를이 없었고, 죽기를 각오한다는 공허한 다짐에는 생에 대한 집요한 애착만이 묻어있은 뿐이다. 때로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구토를 유발한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으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인간에 대한 환멸에 이르게 한다면 그보다 악질적인 폭력이 또 있을까. 가장 힘있는 지위를 누리면서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저항 수단인 '단식'마저 희화화하고, 내놓지도 않을 목숨을 암수로 겁박하던 한 덜떨어진 정치인의 역겨운 행위예술이 막을 내렸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종교의 대표적 지도자가 '순교'하라며 신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테러를 사주한다. 헌금함이란 구걸통을 돌리며 동냥질하는데 부끄럼도 없이 기뻐한다.
생선 비늘이라도 벗기는지 고무장갑을 끼고 어린 장애 아동의 알몸을 씻기던 정치인이 자신도 '어미'라 하더니 금쪽같은 어린 새끼를 눈앞에서 떨군 부모의 속을 생선 내장 훑듯 도려낸다. 현세보다 다음 생을 준비해서인지 세속의 보편적인 법상식은 아랑곳하지않고 종교인 과세를 막아서는 장로를 유력한 총리후보로 내세운다.
자신을 낳고 키워 준 나라와 함께 살아 갈 국민보다 제 잇속과 종교가 우선인 자들이 나라를 팔아먹고 굴종하는데도, 국가 원수를 모독하고 신도의 주검으로 정권을 무너뜨리자 목청를 돋우는데도 교통정리에만 여념이 없는 경찰과 한껏 위세를 떨치는 검찰도, 수십년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포부에만 부푼 현 정권과 여당도 바라만 볼 뿐이다. '무능'과 '부패'를 저울질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시선이 늘고있다.
정치판이라는 도마 위에서 차라리 눈을 감고싶은 공연을 하고 종교라는 장막 안에서 칼춤을 추는데도, 면책특권을 누리며 서슴없이 반역을 획책하고, 종교의 신성함을 내세우며 스스로 신성해지고 세상의 법을 희롱하는데도 속수무책이다. 자신이 뽑은 대표이고 지지하는 정당이라서, 스스로 선택하고 제 발로 찾은 교회라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시궁창에 버려진 '순교'와 '단식'을 건지려다 딸려온 냄새에 토악질을 하고 오한 든듯 온몸이 떨릴지라도 실오라기같은 희망에 컵라면마저 비우지 못한 채 쇳덩어리 전차에 끼여서, 횟가루 대신 시꺼먼 석탄가루를 덮고 컨베이어 벨트에 끼인 채 숨진 젊은 영혼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못난 어른의 지시를 따라 기울어진 배안에서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던 착한 세월호 아이들을 내 자식으로 기억하고, 엄마와 동생이 보는 눈 앞에서 아지랑이처럼 사라진 민식이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무도하고 악랄한 집단과 축생들을 용서해서는 안된다.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너무 잘못하고 있어 누리는 반사이익에도 반색하고, 진정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가 아니라 국민의 표가 아쉬워서 흉내만 내려 하는 무능하고 무력한 정권과 여당을 호되게 질책하는데 주저해선 안된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아무 꺼리낌없이 어린 아이만도 못한 유치한 짓거리를 해대고, 한때 상대 진영의 노선에 동조하며 자신들을 비난하던 자를 주저없이 중용하려 드는 것은 국민을 아직도 우매한 통치대상이자 치매에 걸린 노인취급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개를 자처하면 우리를 짖는 소리에 겁먹고 언제든지 털을 내어 줄 순한 양으로 여겨서고, 플라스틱 바구니와 막걸리 한사발에 표를 주던 시절의 향수를 떨치지 못해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우리가 풀을 먹되 사자마저 두려워 하지않는 무소가 되었음을, 현란한 말솜씨와 충동질에도 쉽사리 마음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깐깐한 주인이 되었음을 모른다.
누구를 무작정 따르려하지도, 대세라는 실체없는 허상에 휘말려서도 안된다. 누군가에게 길을 묻고 이미 짜여진 판에서 방법을 찾으려했기에 언론에 놀아나고 번드르한 정치구호에 환호하지 않았던가. 철저한 단독자로서 냉엄한 주체로서 당당하고 현명해져야한다. 스스로에게 존엄성을 부여하고, 들끓는 분노를 슬기롭게 승화시키려는 노력만이 남은 아이들을 지키고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예수님이 누군가의 집이 아닌 마굿간에서, 많은 형제들 중 하나가 아닌 독생자셨던 이유가 분명 있지 않았을까. 그들을 믿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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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라는 들끓는 독, 타인 때문에 - 그들의 뻔뻔함과 부당함,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 우리가 화를 낸다면 우리는 그들의 권력 아래에 놓인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고 자란다. 분노는 들끓는 독과 같아서, 부드럽고 우화하며 평화로운 감정들을 파괴하고 우리에게서 잠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리스본행 야간열차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