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과 한 줄의 명언은 바위 틈에 끼워 둔 쐐기와 같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외마디 탄성과 함께 떨구는 눈물이 쐐기를 적시면 아무리 큰 바위도 쪼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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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들은 지 엄마와는 오랜시간 수다를 떨지만 아빠인 나와는 어릴 적부터 그런 대화의 시간이 별로 없었다.
집을 떠나 기숙사에 있는 아들과 가끔 문자를 주고 받는다. 이번에는 한 장의 사진만을 보냈다. 아빠 동상에서 빼낸 조각으로 아들을 만든 작품이다.
"우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네요"라는 답장이 왔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이 아빠도 그러하다. 살아 생전 할아버지께서 '당신은 껍데기고 너는 알맹이'라고 하셨지. 이제는 아빠가 껍데기가 됐고 니가 속 알맹이가 됐다. 단단히 제대로 여물었으면 한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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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이 문장들을 옮겨서 보낼까한다.
" 농부의 혈통을 지닌 이는 오로지 절반만 죽는다. 그들 모두는 때가 오면 콩깍지처럼 벌어져 자신의 씨앗을 내어준다. 나는 언젠가 세 명의 농부 곁에서 그들 모친의 임종을 지켜본 적이 있다. 물론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결별를 통해서 두번째 삶이 주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아들들은 이제 스스로 모임의 구심점이자 가장이 되어 행렬의 선두에 설 것이다. 지금 안뜰에서 뛰어노는 후손들에게 지휘권을 넘겨줄 때까지..... 그 몸은 아들들의 육신을, 그 멋진 인간의 사본을 찍어내는 데에 사용되었다..... 이제 아들 딸들도 그들 차례가 오면 자신의 살로부터 작은 인간들을 찍어낼 것이다. 농가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란 없었다. 돌아가신 어머니여 만수무강 하소서!.............. 종소리는 장례식과 세례식 때와 똑같은 소리로, 세대가 교체됨을 다시 한번 알려주고 있었다...... 서시히 나무가 자라듯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는 것은 생명이기도 했지만 또한 정신이었다..........
어머니는 아들들에게 생명을 전달하고 언어만 가르쳐준 것이 아니다. 어머니는 수세기에 걸쳐 서서히 축적해온 지식을 , 자신이 위탁받은 영적 자산을 , 뉴턴이나 세익스피어를 동굴 속 야만인과 구분해주는 전통과 개념, 신화의 그 작은 꾸러미를 맡기고 있었다. 총격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스페인 군인들을 식물학 수업으로 떠미는 그 배고픔, 메르모즈를 남대서양으로 떠밀었으며 다른 어떤 이를 시(詩)를 향해 떠미는 그런 배고픔을 울가 느낀다는 것은, 창세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가 자신과 세게에 대해 인식해야 함을 뜻한다. 어두운 밤에 우리는 다리를 내 걸어야 한다. ......... 동료들이여. 나의 동료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증인으로 세워 묻는다. 언제 우리가 진실로 행복하다고 느꼈던가? " -인간의 대지(생텍쥐베리)中에서 ㆍ ㆍ ㆍ 나와 같은 세대의 당신이 자식을 만들며 뚫린 구멍 사이로 드는 바람에 시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