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는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다. 평균 시속 110km, 최고 130km를 기록하기도 한다. "치타의 사냥기법은 속도인가?"라는 주제로 쓴 논문이 있다. 치타에게 GPS를 달아 관찰하고 연구했는데 결론은 놀랍게도 "아니다."였다. 연구한 바에 의하면 치타의 사냥기법은 '신속한 방향전환'에 있었다. 우리의 굳어진 상식과 널리 퍼진 통념이 실은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서 성공할 수 한다면 치타가 뛸 때처럼 반복된 동작으로 근육에 비축된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내며 가속하면 된다. 하지만 결정적인 사냥 성공비결이 방향 전환이듯 목표에 대한 집중력( 가령 사냥감의 머리가 어디로 돌아가는지, 뒷다리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따위의 미세한 변화까지 놓치지 않는)과 상황 변화에 따라 태세를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하지않던 운동을 하다보면 탈이 나듯 치타 역시 일관된 동작보다는 방향을 틀 때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가 더 간다. 때로 고통을 수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려움이 미래를 결정하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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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향해 곧게 뻗은 궤도만을 달리고,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되다보면 방향감각은 사라지고 정작 소중한 것들은 놓치게 된다. 방향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목표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미묘한 변화에도 과감한 결단을 보이거나 흐트러짐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찾고 바라는 무엇이었다면 인생에 있어 그보다 아찔한 순간은 없다.
정상으로 난 길을 발끝만 보고 걸었는데 안개가 걷히면서 벼랑 앞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 심정이 그와 같기 때문이다. 달리기가 아닌 사냥이 목적이라면 신속한 방향 전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상이 노력과 속도만을 요구할 때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전략과 방향을 설정하는 기업이 성공하듯 개인에게도 일탈이 사고의 전환과 목적 달성의 중요한 기점이 된다. 최소한 성찰이나 재충전의 기회는 된다. 가끔 누군가의 예상밖 결단이나 뜬금없는 떠남에 놀라거나 때로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놀라는 반응은 그 사람을 잘 몰라서이겠지만 부러워하는 사람은 자신도 할 수 있는데 단지 안할 뿐이다. 근육에 무리가 따르는 방향전환처럼 일탈에 따른 충격과 고통을 두려워해서다. 금전적인 손실, 주위의 곱지않은 시선이 의식되고 삶의 균형이 깨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한 발짝도 떼지 못하게 해서다. 그런데 두발로 서있는 균형을 무너뜨리고 한발로 서면서 다른 발을 디뎌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일탈은 모든 짐을 내려놓고 굳게 잠긴 문을 발길질로 걷어차야 가능하다. 여장을 챙겨 열쇠로 자물쇠를 따고 떠나는 것은 여행이고, 그렇게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면 해방이며, 부쉈던 문을 고치거나 아예 새로운 집을 지으러 다시 돌아와야 일탈이다. 나를 꼼짝달싹 못하게하는 거미줄을 언젠가 혹은 누군가 걷어내 줄거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그런 일은, 그 날은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