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지인에게조차도 의례적인 새해인사를 건네지 않는 내가 2020년을 여는 벽두부터 이런 인물에게 편지를 쓰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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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ㅇㅇ씨 그리고 고ㅇㅇ씨 ! 당신들에게는 감히 박사니 작가니 하는 권위나 존경의 의미를 담은 말을 쓸 수 없어 '씨'라고 칭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하기 바랍니다.
연말이면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모를 여러 방송사의 시상식에 주목할만한 인물 몇명이 보이더군요. 여러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지만 정작 자신은 울음을 삼켜야하는 희극인들, 그 중에서도 뒤늦게 빛을 본 박나래, 김숙, 안영미 등입니다. 핸디캡이나 컴플렉스를 가지고 꽤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그녀들이라서인지 눈길이 안갈 수 없었습니다.
황정민의 '밥상론'에 이어 박나래의 '낮은 자세' 시상 소감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정작 얘기하고 싶은 인물은 그늘에서 시들뻔한 '김숙'과 '안영미'를 양지로 이끌어 낸 '송은이'입니다. 지난 어느 예능 프로에서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저자가 살아 온 인생은 저자의 기준에 맞춰서 서술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그 이유가 "자기계발서를 쓴 저자의 인생도 아직 완성된 단계가 아니다. 그 저자도 나중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아니라고 후회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저 역시 강의 요청에 응하지 않는 건 아직 들을 얘기도 많고 배우는 단계라서다" 라더군요. 전적으로 이 말에 동감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당신들이 되새겨봐야 할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ㅇㅇ씨, 고ㅇㅇ씨 당신들이 남의 글을 빌어 와 잔재주를 동원해 베스트셀러로 끌어올린 책들이 어쩌면 영원히 한국 출판계의 흑역사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해 본 적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현혹된 사람들로 공고한 시장을 구축해 그다지 신뢰가 가지않는 그 안목으로 선정한 책들을 팔아치워 축적한 부가 당신들이 주창하는 성공의 지향점인지요. 그 책들이 당신들을 따르는 사람들을 지름길로 인도할거란 믿음에는 아무런 꺼리낌도 사사로움도 없는지요.
이렇게 얘기하면 제가 두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이 전제되어있다고 봐야겠지요. "네 맞습니다. 신뢰하지도 않을 뿐더러 비양심적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들의 지나온 과거사, 그리고 저서 어디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겠습니까? 현재 당신들이 수없이 내뱉고 있는 말의 어느 대목에서, 그리고 쓴 책의 어느 구절에서 마음에 새길만한 구절을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마음에서 비롯되어 머리에서 정제된 당신의 글이라면 말입니다.
심지어 매일같이 올리는 짧은 글에서조차 글쓰는 사람의 기본적인 소양이나 사람에 대한 예의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쓰고, 선정한 책. 어느 모로도 존경할 만한 인품을 엿볼 수 없고, 어느 분야에서도 제대로 성취를 이루지 못한 당신들이 말하는 성공과 그에 이르는 자기계발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어떻게 쓴 책이든 많이 팔리고, 벌려놓은 사업이 번창하면 성공한 삶이라서 감히 멘토가 돨 수도 남을 가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입니다.
제 눈에는 당신들을 따르는 사람들을 늪과 같은 저수지에 가둬두고 신선한 물이 들고 썩은 물이 나갈 수 없게 방죽을 쌓고 있을 따름입니다. 당신들은 그 사람들이 정말 좋은 책을 읽을 시간을 허비하게 하고, 그 책을 통해 평생의 스승을 만나고 깨우침을 얻을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하고 있습니다. 자신조차도 그다지 각광받는 연예인이 아니었던 송은이는 사비를 털어 마이너리거에 불과했던 두 사람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고, 지금도 자기 완성을 향해가고 있을 뿐이라는 겸손한 자세를 보입니다.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건 어쩌면 사람마다 다름을 인정받고 싶어서이고 진지하게 삶의 의미와 성공을 고민했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에는 그녀가 차라리 진정한 멘토이고 살아있는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녀가 그런 말도 하더군요. "구석에 있는 소극적인 사람에게도 1/n를 챙겨줬으면 한다." 제 식으로 해석하자면 누구나 자신이 가진 선한 기운과 역량을 여러 사람과 나눴으면하는 바램을 드러낸 겁니다. 당신들은 지금껏 무엇을 나눠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시 사욕과 도덕적 무감각을 전파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봤으면 합니다.
당신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을 알리려 노력하던데 대중에게 혹은 따르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겠지요. 그 사람들 중에는 추앙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더군요. 송은이의 얘기를 듣고 있던 신동엽이 한 말로 끝맺음할까 합니다.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면 생색내지 않으면 되더라"
마음을 열어놓고 배우려고 하면 굳이 당신이 아니더라도 자기계발서는 이렇듯 세상에 널려있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