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촌놈으로 살아가기

by 문성훈

"학교 가는거니?"
"아뇨. 학원가요"

(이런...방학인걸... 깜빡했다)
"무슨 학원? "
"수학 학원요"
긴 생머리를 곱게도 넘겨서 묶었는데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이 언젠가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본 꿀타래의 실처럼 가늘기만 하다.
1층 아이였다. 엘리베이터 홀에 내리니 막 문을 닫고 나온다.

"넌 몇학년이니?"
"4학년요"
"방학인데 학원땜에 놀러도 못가겠네. 엄마, 아빠랑 놀러갔다 온거니? 아님 갈거니?"
"아뇨. 못갔어요...근데요..."
"응?"
"갈거예요. 제 생일날요"
아이가 환하게 웃는다. 하얀 얼굴에 윗니가 드러나니 토끼 바니를 닮았다.

"그렇구나. 좋겠다. 동생도 있니?"
"네. 한살 차이에요"
"그럼 동생이랑 아빠,엄마랑 넷이서 가겠구나"
"네"
나는 앞서 걷고, 아이는 한 두발짝 뒤를 따르면서 대답한다. 나는 연신 뒤돌아보며 묻는다.
좁혀지지 않는 그 간격은 아이 엄마가 정해 준 것일 수도 있고, 아내가 신신당부해서 내가 넘지않는 경계이기도 하다.

"그럼 다음에 놀러갔다 온 다음에 아저씨 만나면 재미있게 논 얘기 들려줘"
아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나는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잘가. 그리고 아저씨는 15층에 살아"
혹시 아이가 오늘 동생까지 가족 신상을 알게 된 낯선 아저씨와 마주쳐서 나눈 대화를 엄마에게 할 수 있으니 야단맞게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중에 놀러갔다 온 얘기도 들어야 하니까.
또 아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배는 고픈데 엄마가 마실이라도 나간 날이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 밥 내놓으라며 내 집처럼 굴던 동네에서 자란 나는 흉흉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 현대에, 도심 아파트에서 살기에 그다지 최적화되어 있지않은 존재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라도 조심스럽게 내 식으로 살아야지.
아이들의 미소는 시골이나 도시나 여전히 해맑고, 목소리는 이쁘기만 하니 말이다.
내게 있어 그것들은 서양인들이 해가 나면 일광욕에 나서게하게 비타민D 같은 거다. 일종의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비타민D는 햇빛을 통해서만 취할 수 있고,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중에는 우울증이 치명적이란다.

아이들은 세상을 환하게 하는 빛이고, 비타민이다. 게다가 나는 우울증에 걸리고 싶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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