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사학위가 없으면서 강단에 서고, 문단에 등단하지 않고 책을 출간했다. 학생들은 나를 교수라고 부르고, 가까운 지인들은 농반진반으로 작가라고 부른다. 첫 대면에서 명함을 주고받게 되면 상대방이 "어떻게 불러드려야 할까요?"물으면 나는 " '소장'이라고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하고, 누가 '문작가님..."이라는 호칭을 쓰면 손사래를 친다. '작가'는 내가 선망하지만 요원한 이름이다.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혹시나 다른 작가들에게 누를 끼칠까 저어한다. 이제는 '교수'라는 호칭에는 무감해졌다. 4년차에 접어들기도 했지만 소명의식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고, 열의로 임했으며 당당해도 될만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아서다. 그러니 나는 '박사'는 애초에 해당사항이 없고, '작가'로서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예전에는 어렵고 드물던 '박사'가 흔한 세상이 되어서인지 예사로 쓰이고 있다. 학계에서 '박사'는 그 과정을 마치고 절차를 밟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학위이고, 사회에서 호격으로 쓰는 '박사' 는 해당 분야에서 정통하게 된 숙달된 전문가를 일컫는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학위로서의 '박사'는 교육계나 학계에서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펼칠 때 인정받을 수 있고, 사회에서 일반명사처럼 쓰이는 '박사'는 최소한 해당분야에서만큼은 다른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공과 무관한 데서 학위로서의 '박사' 권위를 인정받고 싶어하면 오만한 태도이고, 해당 분야에서 남들이 인정해서 불러주는 '박사'라는 호칭을 스스로 입에 담는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그런 경우가 있기는 하는데 의도가 분명하다. 자랑하고 싶거나 '박사'가 가진 권위를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할 때다. 가령 가수인 신바람 '이박사'가 그런 예인데 '이박사'는 연예인으로서의 예명인데다 앨범이 많이 팔려야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이니 이해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작가'라는 호칭은 나로서는 참 어렵고 다가가기 어렵다. 학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다 어느 분야든 높은 경지에 도달하면 여러 세계와 분야를 통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일반적으로 문학에서의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외에도 '작가'는 예술이나 취미 영역에서 두루 쓰이지만 '박사'처럼 한 분야에 정통하게 됐다고 해서 붙이는 호칭은 아니다. 나는 그 이유를 '창작'이라고 하는 고유한 본질이 깃들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가령 작사가나 작곡가는 '작가'지만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에게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 예와 같다. 최근 가수에서 화가로 활동영역을 넓힌 솔비를 '작가'라고 할 수 있지만 조영남의 그림을 모사하거나 그려 준 화가더러 '작가'라고 할 수는 없다. '창작'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의 글, 그림, 음악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연주하는 사람더러 '작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창작'이란 의미에서 본다면 직업적으로 글을 써야하는 '기자'들이 한국에서만큼은 '작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이 '창작'을 한다고해서 '작가'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튼 '작가'는 '창작'이라는 정신적 산고를 거쳐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고 존경의 의미를 담은 호칭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내가 인정하는 대부분의 '작가'가 스스로를 '소설가'나 '화가'라고 겸양을 보이는 걸 보면 인격적으로도 성숙한 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총선이 다가와서인지 종교계에도 정치 바람이 분다. 모 정치인의 당선을 지지하는 어떤 스님의 글을 읽는데 프로필에 'ㅇㅇ스님'이라고 되어있다. 눈길이 멈췄다. 그런 경우를 별로 보지 못해서다. 내가 아는 스님들은 글로써 자신을 소개할 때 법명만을 쓴다. 'ㅇㅇㅇ목사님' 'ㅇㅇㅇ신부님'이라고 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직접 만나 뵙게 되는 경우는 스스로를 '중'이라고 낮춰 부른다. 그러고보면 '스님'은 경칭으로 쓰지않고 예삿말로 쓸 때는 애매하다. 목사님이나 신부님은 '님'을 거둬들이면 되는데 'ㅇㅇ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별수없이 모두 'ㅇㅇ스님'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을텐데 스스로 'ㅇㅇ스님'이라고 써 둔 걸보니 '중'이지 '스님'은 아니지 싶다.
'박사'학위는 있으되 비루한 장사치에 불과한 자가 있다. 남의 글을 제 것인냥 베끼고' 자기 자랑과 과시에 있어서는 정신병자 수준인데 프로필만은 'ㅅ박사'라고 쓰지 ''님'을 붙이지않아 다행이다.
'작가'같지도 않은 작자가 스스로 'ㄱ작가'라고 프로필을 쓰는 인간도 있다. '창작'하지 않고 남의 것을 베껴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경지인데 'ㅅ박사'와 공모나 다름없는 베끼는 '공저'로 돈을 버는 자다.
호칭은, 더구나 존경받아 마땅하고 숭고함이 깃든 호칭은 다른 사람이 마음에서 우러나서 불러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