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그림자 2

by 문성훈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이미 굳어버린 관념이나 편향된 시각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사회 현상이나 이슈에 대해 유연하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 반응을 보이면 암담하고 막막하기조차 하다.

최근 법학과에 입학하게 된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해 일부 숙명여대생들과 그에 동조하는 타 대학의 여성주의 동아리들이 내놓은 입장과 인식은 놀라움에 앞서 걱정스럽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들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천부인권(天賦人權)이 아닌 '천부여권(天賦女權)'을 부르짖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인격과 스스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지닌다' 는 천부인권은 성별, 인종, 국가를 초월하는 개념이다.



태국. 그 중심도시 방콕의 밤거리는 노점상과 세계 각국의 여행객 그리고 트랜스젠더로 넘쳐난다. 거기에 맛사지와 유흥를 부추키는 호객꾼과 어린 자식을 무릎에 재운 동냥아치가 일조한다.
필리핀 마닐라의 밤거리와 술집에서도 트랜스젠더를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정확하게는 성전환 수술을 하지않은 '게이'가 대부분이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 태국과 필리핀에서 유달리 트랜스젠더와 게이가 많은 이유를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겠으나 성문화가 개방되어있고 여성과 성소수자 차별이 덜하다는 공통점은 있다.
열대 지방이라 삼모작이 가능하고 과일이 풍부하며 바다를 끼고 있다. 먹을 거리가 부족하지 않은 동남아 국가의 남자들은 대체로 부지런하지 않다.
자원은 많으나 정치는 후진적인데다 두 국가 모두 제조업이 발달되지 않고 관광산업과 서비스업이 주가 되다보니 경제인구에 있어 여성비율이 높다.

자연스럽게 가정에서는 모권이 강할 수 밖에 없고 사회적으로는 여권신장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필리핀에서는 여아의 출산을 더 반긴다.

이런 사회분위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태국에서 트랜스젠더가 많은 이유에는 역사의 아픈 흔적이 남아 있다. 태국은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자연히 전쟁이 잦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미얀마와의 백년전쟁(1339~1453)은 전쟁터에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엄마들이 가정경제를 책임지게 했고, 아들을 출산하더라도 징집을 피하기 위해 여장을 시켜 키우거나 여자로 살아가게 했다. 아빠와 형 없이 엄마와 이모, 누나, 여동생 사이에서 자라면서 여성성이 길러진 측면도 있다.
또한 태국은 전통적인 불교국가다.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것을 전생의 업보로 여기고 다음 생을 기약한다. 현세에 대한 욕망이 부질없으니 태생에 대한 불만, 출세욕이 덜하다.
거기에 많은 임상경험에서 오는 태국의 트랜스젠더 수술 수준은 세계 최고다. 한국인도 수술을 위해 태국을 찾는다. 오래전 수술과정과 회복에 관한 얘기를 당사자에게서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엄청난 고통이 따랐지만 그녀는 수술을 할 수 있어서 여자로 살게되어 행복하다고 했다.

방콕 밤거리에 미소지으며 서 있는 늘씬한 미인들은 모두 트랜스젠더다. 호텔 진입로에 약속이라도 있는듯 백을 들고 서있는 미인이 윙크를 보낸다면 역시 트랜스젠더다. 유흥업소에서는 트랜스젠더와 여성을 구분한다. 트랜스젠더를 고용하는 업소는 드물고 미리 밝힌다. 그러니 윤락으로 생계를 잇는 트랜스젠더는 거리로 나선다. 연금생활자인 유럽인들이 많이 머무는 영향도 당연히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것처럼 트랜스젠더 역시 교육과 사회 진출에 있어 제약이 없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으로는 완벽하게 여성이 되었더라도 호적이 바뀌지는 않는다.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와 군부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태국은 젠더이슈에서만큼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제 3의 성이 공존하는 관용적인 사회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태국이 인도차이나반도에서는 강대국이라지만 1인당 GDP 7,790($)의 정치 후진국이다. 한국은 GDP 규모 세계12위, 1인당1인당 GDP 31,430($) 의 촛불혁명까지 치른 민주화된 나라다.

선진국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지 모르겠지만 정치가 아닌 국민의식이나 교육 수준으로 본다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그런데 천연자원도 없는 우리나라의 미래 자산인 다음 세대가 인권과 평등에 관한 인식이 후진성를 못면하고 있고 심지어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감까지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현실이 심히 걱정스럽다.

그 학생들에게 방콕 여행을 권한다.

※성적 취향이 독특하지 않다면 너무 빠져들지는 말기 바란다. 태국에서는 흔한 트랜스젠더 미인중 한 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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