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그림자 6

by 문성훈

태국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타의 나라와는 구별되는 몇 가지가 있다.

태국 왕실은 실질적으로 권력 중심에 있으며 최고의 부동산 자산가면서 가장 큰 기업군의 소유주다.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태국 국민들의 왕실 추앙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민의 불심과 왕실에 대한 추앙으로 신격화된 지위와 막강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왕실의 누군가와 차 한잔을 마실 기회가 주어졌다거나 알현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태국에서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왕실 소유의 남아 도는 땅에 건물을 올릴 수도 있고 태국의 어느 기업과도 사업을 도모할 수 있다. 하물며 앞서 언급한 한국인처럼 국왕이 될 왕세자와 친구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왕실을 대표하는 컬러는 백색이다. 그래서 태국 왕실의 관용차도 백색이며 왕실 관용차의 행차에는 교통경찰 역시 평소 짙은 황색의 복장 대신 하얀 복장을 착용한다.
태국 사람들은 도로에 나와있는 경찰 복장을 보고서 조금 전 혹은 곧 왕실 관용차가 지나갔거나 지나 갈 것임을 안다고 했다.

태국은 총기 소지가 되는 나라지만 다른 동남아국가에 비해 치안이 무척 안정되어 있다.
경찰의 공권력이 중국 공안만큼 막강하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경찰이 조직 폭력배 역할을 하고 있으니 범죄가 일어나기 힘들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태국 경찰을 그들 복장에 빗대 '황색 마피아'라는 부르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쫓겨 온 건달들이 전혀 힘을 못쓰는 나라가 태국이다. 그래서인지 교민들 사이에는 그에 얽힌 일화가 많다.

동생은 무역 관련된 사업과 음식점을 운영한다.
이국땅 그것도 부패가 만연한 국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음식점인 경우는 경찰과의 유착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한번은 동생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친 태국 남자가 테이블 위에 경찰 신분증을 꺼내 놓더란다.
"이게 뭡니까?"
"나 경찰관이야"
"그래서요?"
"뭐... 그렇다는 거지....."
"쓸데없는 소리말고 계산이나 하세요. 제 친구도 경찰입니다"
"누군데?"
"ㅇㅇㅇㅇ라고..."
"ㅇㅇㅇㅇ라는 이름이 한 둘이야" (아마 흔한 이름이었던 모양인데 ㅇㅇㅇㅇ는 그 지역 경찰서장이다)
"잠깐만..."
그리고는 핸드폰으로 통화를 해서 바꿔줬다고 한다.
"넵. 넵... 아닙니다. 넵"
전화를 건네 받아 통화한 그 태국 경찰은 곧바로 음식값을 지불하고 나갔다고 한다.
태국 경찰은 건달의 폭력대신 공권력으로 그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그러니 건달이 행세하기 힘들다.

한국의 경찰대학처럼 태국 경찰도 간부를 양성하는 경찰 사관학교가 있다.
경찰 제복 명찰위에 군사 훈련이나 공수훈련 마크가 있다면 사관학교 출신의 전도유망한 간부라고 보면 된다.
계급과 출신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낮은 월급의 태국 경찰들은 상납과 뇌물이 일상화되어있다. 이 상납의 고리가 경찰관 중 어느 직급과 맞닿아 있느냐에 따라서 사업하기 얼마나 수월해질지 정해진다는 의미다.

인사이동으로 임지가 바뀌더라도 이 고리는 인수인계 절차를 밟는다.
새로 자신의 자리에 오게되는 후임자를 스폰서라고 할 수 있는 사업자에게 소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방콕 시내 요지의 유흥업소 실질 소유주는 경찰 고위직이거나 장성이라고 한다. 그들의 비호없이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규모를 비교하자면 군인이 경찰보다 우위를 차지하는데 그렇더라도 이들은 한 식구나 다름없다.

최소한 고위직은 그럴 수 밖에 없는 독특한 교육 제도가 있는데 다름아닌 사관학교 운영이다.
태국인들로서는 출세의 지금길이라고 할 수 있는 사관학교를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입학하게 되면 육,해,공군 그리고 경찰 사관학교생까지 2년간 군사훈련 과정을 함께 받게 된다.
그들간에 끈끈한 유대감과 결속력을 갖게 되는 이유다.
한국의 판검사와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교육 중에 법조계 인맥을 쌓게되는 이치와 같다.
훈련과 교육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텐데 아무래도 지식 습득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더불어 고통을 수반하는 육체적 단련이 가중되는 훈련이 동료의식을 더 고취시키지 않을까 싶다.

왕족이거나 특별한 배경이 없는 태국서민의 자녀가 출세할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있다면 고위공무원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 역시 남다른데가 있다.
공항 진입로변의 삼성 광고판의 임대료와도 연관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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