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달려~

by 문성훈

어린 조카를 봐도 그렇고 요즘 아이들은 참 빠르다.
쉬흔을 넘겨서야 그나마 불혹(不惑 40)하는듯 싶고, 옛 사람들이 서른에 한 이립(而立 30)은 멀었으며, 지천명(知天命 50)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니 나는 참 늦되는 사람이다.
현대문명탓에 수명이 늘어서 그러려니 위안을 삼을 밖에....

그래도 헛되이 나이는 먹지 않아서인지 몇가지 깨달은 바는 있다.

그 첫번째는 나이 먹어갈 수록 처신을 가벼이 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일전에 출마하는 제자를 위해 기고한 스승의 글을 읽었다. 섣부르고 감상적인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승이 바라보는 제자와 유권자가 판단하는 정치인은 다를 수 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 사제간의 정리나 애정이 주관적이고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유권자의 선택은 객관적이며 냉엄한 현실를 중시하고 미래를 기대한다. 의도는 알겠으나 신중했어야 한다.

사람들은 '내가 잘 아는데...'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제도권 교육이 준 권위나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다. 박사라고, 교수라고해서 정치비평가 행세를 하거나, 의료계종사자라고 이번 covid19에 대한 전문가처럼 자신의 소견을 남발한다.
꽤 많은 박사와 교수, 의사를 아는데 좁은 범주에서 자신의 영역외에는 대체로 일반인보다 못한 왜곡된 시선과 부족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무수히 봐 왔던 나로서는 못마땅하다.

우선 나부터도 그렇다. 전공자이고 현업에서 30년가까운 세월을 보냈음에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남들에게서 인테리어와 디자인 전문가 대우를 받지만 새로운 트랜드, 법규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않으면 모른다. 심지어 익히 해왔던 작업에서도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도 흔하다.
어디 그뿐인가 나무와 철을 다루고, 전기를 만지며, 도장하는 이들의 전문적인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 낼 수 없는 처지다.
"나는 부족하다. 잘 모른다' 만큼 자신을 채워줄 경구를 아직 찾지 못했다.
자신의 의견과 생각마저 닫으란 얘기로 들린다면 한참 모자란 사람이다.



두번째는 다행이고 감사한 점인데 멈출 줄 알게 됐고 그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막바지라지만 겨울인데 COVID19 여파로 마스크가 일상화됐다. 마주오는 여인의 눈이 참 이뻤다. 거기까지다. 그녀의 코와 입을 머릿속에서 그리지 않는다. 젊은 날이었으면 어림없는 얘기다.

거칠 것 없던 20대와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30대, 무르익어 오만했던 40대를 질주하며 멈출 줄 몰랐고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채이는 돌맹이쯤은 걷어 찰 무모한 용기로 충만했다. 그런데 세상살이란게 마음을 먹어도 안되는 것이 있고, 돌맹이를 줏어 살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 차올라도 어금니를 깨물어 입을 닫고, 건성으로 하는 남의 얘기도 새겨듣는 지혜가 생겼다.
그러려면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싣고 있는 소중한 사람과 채워지지 않은 상자가 흔들리지 않게 지금보다 더 부드럽게 멈추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잠시 멈춰 길가에 핀 들꽃 향도 맡고 주변 경관에 감탄하면서 긴 숨을 내쉬어야 한다. 지도를 펼쳐 제대로 들어선 길인지 옳은 방향으로 달리는지 살필 여유가 필요하다.
앞만 보고 달리면 제대로 보지 못한다. 달리기보다 멈추길 잘해야 한다.

아마도 내게는 지학(15 志學)은 이제서야 왔고, 지천명(50 知天命)보다 이순(60耳順)이 먼저 올 모양이다.
가는데는 순서가 없다더니 수양에도 순서가 없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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