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항제 단상 4

by 문성훈

나무 계단이 가파르다.
함부로, 아무나 들어오지말라는 가벼운 경고만 같다. 가운데쯤 계단바닥이 뚫어져있고, 철망이 덮혀있다.
'이 위치쯤이 뮤직박스일 수도 있겠구나'
하얀 2층 미술관 문이 반쯤 열려있다. 서까래가 높다. 높은 층고만큼이나 깐깐해뵈지만 기품서린 노할머니 한 분이 테이블에 앉아계신다.

찬찬히 둘러본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멀찌감치 그리고 가까이 받아들여 본다. 살짝 문이 열린 방은 작업실이겠다. 짧은 순간에도 깔끔하게 정돈된 걸 본다. 이 댁 사람들의 성품이 그러할게다.
집은 사람을 닮고, 사람은 집을 따르는 법이다.
피아노 의자가 놓인 구석에 문제의 그 깨진 '석고상'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창으로 쏟아지는 봄볕을 받는 그랜드 피아노 위치가 절묘하다. 창틀을 액자로 벚꽃이 걸려있다.
그대로 그림이다.
"저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석고상을 본 터라 더 조심스럽다.
"그러세요" 남은 조명까지 켜주신다. 피아니스트인 이 댁 따님의 어머니이심이 분명하다. 눈과 입매가 닮았다.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에서...고향이 진해입니다"
"여기 좀 앉으세요..."
매년 똑같은 걸... 사람들이 여의도에도 벚꽃이 있건만 굳이... 다 어지럽히고...가까운 주변사람들에게는 군항제기간에는 오지말라고 당부하신단다.

"그림 그리세요?"
"아뇨. 건축일 합니다. 딸이 서양학과를 다닙니다만..."
어느덧 친구와의 약속시간이 다 됐다.
"그럼 이만...안녕히 계십시요"
"네. 또 들리세요"
"네..."
내려오는 계단이 가파르지 않다.

복잡한 날 막히는 길을 뚫고 고향에 내려온 이유는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