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데믹 예방법- 2

by 문성훈

두번째는 조금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다.
당면한 문제가 심각해 보일 수록, 초를 다툴만큼 시급하다고 느낄 수록 반 걸음 정도는 뒤쳐져 쫒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해결의 실마리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다면 성급하게 뛰어들고 나서기를 삼가해야 한다.

힘세고 포악한 악당을 잡으려는 무리가 있다. 경찰과 시민이 합심해서 쫓는다.
경험 많은 악당은 벽을 기대서서 저항한다. 네 명이상이 한꺼번에 덤비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 이상은 서로에게 걸리적거릴 뿐이다.
게다가 앞선 경찰들이 있지 않은가.
설사 그들이 없더라도 악당의 손에 흉기는 들려있는지, 없다면 자신이 그를 제압할 만한 수단을 가졌는지 알고서나 덤벼야 한다.

용기백배해서 몸부터 던진다면 다른 사람들은 악당도 잡아야 하고, 당신도 구해야 하는 골치아픈 상황이 될 지 모른다.
우리는 이미 악당을 코너에 몰아 넣고, 잡으려는 경찰 뒤에서 힘을 보탠답시고 함성을 지르거나, 경찰 어깨너머로 본 상황만으로 모든 걸 알았다는 착각을 쉽게 한다.
조급함이 실수와 오판를 부른다.

ㆍ ㆍ

마지막으로는 무늬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쏟아지는 정보가 씨줄과 날줄이라면, 이 시대는 베틀이다.
씨줄과 날줄의 현란한 색상에만 정신이 팔리거나, 빠른 작동에 감탄만 하고 있다보면 자신이 그 자리에 왜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씨줄과 날줄이 엮이는 미묘한 짜임새를 음미하면서 원단에 어떤 무늬가 새겨지고 있는 지 궁금해하고 추론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이 흐를 수록 그 무늬는 선명해지고 윤곽이 잡힌다.
정작 중요한 원단에는 집중하지 않고 씨줄과 날줄을 살피는 데만 매달려서도 안되거니와 베틀이 움직이는 소음과 동작에만 신경이 곤두서있어도 곤란하다.

완성될 원단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뛰어난 미래학자도 미래의 모습을 정확히 그려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오랜 세월동안 쟁여놓은 원단의 밑그림들이 있다. 과학,역사, 철학, 예술, 문학, 인류학등이 그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비단이 인조견으로 바뀌고 면이 폴리에스테르로 바뀌지만 그 무늬는 이미 과거 어디선가 쓰여졌거나 자연계에 존재하고 있다.

누구보다 먼저 그 무늬를 알아보는 사람을 현명하다고 한다.
우리는 새겨지는 무늬 그대로를 묘사하고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어리석음을 면할 수 있다.

ㆍㆍㆍ

우리 사회에는 지금 피리 소리만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헤쳐나갈 의지가 없는 게으름뱅이거나 일찌기 걸음마는 떼었으나 정신연령은 유아기에 머물어 있는 나약한 사람들이다.
피리소리에 귀는 닫고, 눈을 감은 채 걷는 그들 앞에는 벼랑밖에 없다.
피리부는 사나이를 처치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목숨이라도 구해야 할텐데 붙잡는 소매마저 뿌리치니 난감하다.
피리부는 악당들도 하나 둘이 아니고, 구호를 외치며 뒤따르는 광신도들도 너무 많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라더니 이성을 감으면 뇌를 빼가는 세상이다.

BandPhoto_2020_02_28_00_10_08.jpg
작가의 이전글인포데믹 예방법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