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는 삼켜라-2

by 문성훈

파란 파출소 간판 아래에서 빛을 등지고 서 있는 동생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 봤다.
단추 하나는 달아난 채 풀어헤쳐져 있는 와이셔츠와 벨트 아래까지 늘어진 넥타이만으로도 이전 상황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드문드문 볼과 목덜미에 핏자국이 있긴 했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다행히 없었다.
"어떤 ㅆㅅㄲ가....이 새끼 어디 있노?"
그러잖아도 숨길 수 없는 사투리 억양이긴하지만 나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받으면 사투리 그대로 나온다.
"잠깐만 잠깐만.... 행님아 내 말부터 들어봐바....." 동생은 의외로 침착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에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너즈시 건넸던데서 비롯됐다.
아니다 다를까 그날 사장이 부르더니 이전에 거래처에서 수금했던 현금을 경리과에 전달했음에도 그 돈을 착복했다는 혐의를 씌우더라는 거다.
동생이 경리과 직원을 불러 당시의 상황과 금액, 그리고 그 상황을 봤던 직원까지 증인으로 내세우니 마침내 사장이 폭발해서 멱살부터 잡고 손찌검을 했다는거다.

동생의 말로는 당연히 사장편을 들거나 침묵할 줄 알았던 다른 직원들이 동생 편을 든 것도 괘씸하고 화가 나는데다 동생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못막을것 같으니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그 동안 다른 직원들이 그만둘 때의 상황도 지켜봤고 이런 사단도 짐작이 됐던터라 다른 직원들에게 인심도 잃지 않았고 조심했다고도 했다.

"그래서 맞고만 있었단 말이가?"
"별로 안맞았다. 경찰한테 연락할 때만 어쩔 수없이 못피했지. 바로 파출소에 전화해삤다."
"빙신깉은기.... 내가 뭐라카더노? 알았다. 드가자"
"알았제 행님아~ 요만하면 마 됐다."
"알귿다카이..."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파출소 한 구석 벤치에 건장한 사내가 경찰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짝 짧게 친 머리에 정장만 아니라면 동네 건달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인상의 사내다.
그에 비하면 나는 당시 60키로의 바짝 마른 몸매에 눈빛만 살아있는 건멸치에 가까웠다. 그동안 동생의 신상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사이였을테니 형인 내가 나름 인텔리고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 형제가 교사셨던 우리 부모님 슬하에서 반듯하게 자랐다 걸 들었을 것이다. 형인 나는 가방끈 긴 학삐리출신 범생이로 인상박혀있을 법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 예상을 깨고도 남았다.
"야~이! ㅆㅂㄴ아.니가 내 동생 때맀나. 이 ㄳㄲ...대가리를 쪼개 #@#%^.... 일루 와... 안오나? 니 ^@%$@해삔다. 한번 누가 죽나*&^%.해보자.."
나도 노가다밥이 얼마인데... 그리고 욕이라면 나름 한 가락하는데다 어둠의 세계에서나 통할 법한 살벌한 용어까지 두루 꿰고 있다.
게다가 극에 달하면 지위고하 남녀노소 장소 불문인데다 상대와 나 둘 중 하나는 어떤 식으로 거꾸러져야 직성이 풀릴만큼 독기와 깡다구가 충만했다.
다만 억누르고 달래며 감추고 살 뿐이다.
지금보다는 훨씬 젊었테니 더할 수 밖에 없었다.

동생이 먼저 덤벼드는 나를 붙잡고 사장과 대화를 나누던 경찰관이 둘 사이를 가로 막았다.
"왜 이러십니까. 여기서 이러시면..."
그 사장만이 앉아있지도 서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해 할 뿐이다. 눈빛에는 당혹감이 스쳤고 내게 달려들지 않는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이미 그 싸움은 판가름 난 셈이다.

나는 두 사람에게 몸을 맡긴 채 일부러 더 기세등등하게 패악을 부렸다.
"니 내 똑바로 봐나라 이 $#@새끼...니 ㅇㅇㅇ알지?...%#^%. 두고봐라 내가 어떻게 하는지. 니 사업? 내가 %$#@하고 만다. 누구 손이 닿는지...인간같잖은 ㅅㄲ. 안와 이리... "
"이러시면 안됩니다. 일단 고정하시고..." 경찰관이 나를 반대편 벤치에 앉혔다.

짐짓 못이기는 채 앉았다. 그리고는 잠시 담배를 피겠다고 밖을 나오면서도 그 사장을 한참 노려봤다. 일부러 그랬다. 사장이 먼저 눈길을 피했다.
끝났다. 이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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