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는 삼켜라-3

by 문성훈

"어떻게 되시는 사이십니까?"
"형입니다."
"네.... 그런데 형님 분 성격 참..... ㅎㅎㅎ. 여기 싸인하시고..."
경찰관은 금새 정중하고 침착해진 내 모습에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그는 벤치에 여전히 앉아있었다.
"그럼 데려가도 되죠?"
"네. 뭐... 피해자시니까... 가셔도 됩니다"
동생과 파출소를 나서면서도 출입구에 잠시 멈춰서서 벤치에 앉은 그를 노려보다 나왔다.
"왜 그랬어? 그러지 말라니까...."
"시끄러...빨리 쇼부치고 회사 나와"
"응. 그럴라구"

나는 별 시덥잖은 영웅담을 들려주려고 지나간 개인사를 끄집어 내는 게 아니다.
정작 하고싶은 얘기를 하려면 이 사건의 전말을 돌아 볼 필요가 있어서다.

우선 내가 동생의 전화를 받은 후부터의 시간대별로 내 판단과 행동은 대체로 이러했다.
#Scene1 (전화를 끊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은 이미 벌어졌다. 동생은 그만두게 될 것이고, 사장의 전력을 볼 때 순순히 내보지 않을 수 있다. 결론은 퇴사고 어떤 손해도 감수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일방적으로 당해줬다지 않은가'

#Scene2 (파출소가는 택시 안에서) '조용히 그만둘 수 없을 바에야 오히려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답 안나오는 또라이 양아치를 어떻게 다뤄야 하지? 일단 동생 상태를 살피자'

#Scene3 (파출소에 들어가기 전) 다행히 동생은 옷이 뜯긴 것 말고는 별 피해가 없다. 분명히 방어만 했지 맞상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확인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상대를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분노게이지를 끌어올림) 또라이에게는 더 또라이짓이 먹히고, 주먹세계에는 족보가 우선이다. 기선제압은 필수다.'

#Scene4 (파출소에 들어서자마자) 고함과 욕설부터 쏟아부었다. 이런 경우 점잔을 떨어서는 안된다.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 문제 될 우려가 있어 파출소 기물은 손도 대지 않았다. 덤벼드는 나를 곁에 있는 동생은 당연히 말릴테고 벤치와의 거리도 꽤 된다. 더구나 경찰관과 같이 있지 않은가. 이런 경우 막아서지 않는 경찰관은 없다. 상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봤다.
'됐다. 최소한 '대체 이건 뭐지? 왜이래?'하고 당황하게는 했다. 저 사람이 하는 걸 보니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일말의 불안감도 가졌으리라.'

#Scene5 (파출소 안 대치 상황에서) 재차 욕을 퍼부으며 나는 ooo라는 사장과 동생이 자주 술을 먹으러 다니던 회사근처 일대를 주름잡던 조폭 우두머리 이름을 언급했다. 그가 그 이름을 몰라도 된다. (나 역시 그 조폭을 모른다. 상관없다) 그리고 가만두지 않는다면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들먹였다.(실제로 연이 닿아있기도 했지만, 아니었어도 상관없다.) 동생 회사 구조를 대충 안다. 무자료거래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업종이다. 나 역시 사업을 한다. 이럴 때는 세무서가 경찰이나 검찰보다 윗급이다. 그리고 실제 그가 들릴락 말락한 소리로 전화 한 통을 했다.
"예. 형님. 그러게요. 참 별일도... 내일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회사 이름요? @@@ 입니다. 네 네...." 이렇게...
분명 신경을 곤두세우고 들었으리라.

#Scene5 (파출소를나오며)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는 의미로 노려봤다. 나는 상대에게 조폭과 세무조사, 폭력과 법이라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을 다 썼다. 그의 머릿 속은 복잡할 것이 분명하다. 나까지 등장한 이 예기치못한 사건전개와 결코 해피앤딩일 것 같지 않은 결말때문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이전 다른 직원들처럼 윽박지르고 폭력을 휘둘렀는데 동생은 신고부터 했고, 누명이나 씌워 적당히 퇴직금이나 줄이려했을 뿐인데 깡마르고 결코 만만찮은 형이란 사람이 나타났고 오히려 협박을 한다. 어떤 사람이름을 대고 가만 안두겠다니 그 사람은 조폭인것 같고 거디다 가장 현실적이고 민감한 약점까지 알고 있어 회사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동생은 며칠만에 그 회사를 그만뒀다.
"진상 안부리지? 퇴직금은?"
"응. 퇴직금도 바로 나왔어. 그렇게 빨리 줄 인간이 아닌데... "
"됐다. 그럼"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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