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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r 08. 2020

늬들이 콩나물맛을 알어.

Less is more

디자인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격언 중에 'Less is more' 가 있다.
'간결한 것이 더 아름답다'는 뜻인데 다양한 분야와 해석으로 인용된다. 한자로 쓴다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흔히 '완전한 디자인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덜어 낼 것이 없는 상태 즉 하나라도 더 덜어내면 디자인이 무너지는 아슬아슬한 경계지점'이라는 해석을 곁들어 설명하곤 한다. 물론 이 말 역시 생텍쥐베리가 했다는 말을 인용한 것이긴 하다.

삶에서 'Less is more'라면 '적을 수록 더 풍요롭다'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는 현대 의식주 모든 분야에서 보여지는 현상이다.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기괴한 우주인 복장이나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현란한 옷이 아닌 다음에야 일상에서 마주치는 고급브랜드나 유명 디자이너의 옷들은 단순해보이는데 고급스럽고 세련된 뉘앙스를 담았다.
최고 디자이너가 설계한 주택이나 빌딩 혹은 인테리어 역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담백하고 소박하기까지 하다.

어디 그뿐인가 아이폰은 불필요한 장식이 배제된 미니멀리즘(Minimulism)의 완결성으로 세계를 제패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경향은 전반적인 생활양식(Life style)까지 바꿔놓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정리정돈 열풍을 일으킨 곤도 마리에의 책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바야흐르 세상은 디자인이 사라지는 디자인과 비움으로 채우는 일상의 시대로 접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평범하게 살기가 가장 어렵듯 없애는 일이 가장 어렵고, 버리는 작업이 더 복잡하다.
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공기처럼 보이지 않지만 숨쉬듯 채워진 공간을 만드는 디자인의 궁극을 쫓은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설레임이 없다면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곤도 마리에도 버려진 물품을 처분하려다 구설수에 올랐다.
무릇 쉽고 단순해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않은 경우가 더 많은 법이다.

나는 집밥을 좋아하고 한식을 최고로 친다.
좋아하는 반찬도 나물류나 생선이다. 그 중에 콩나물이 있다. 콩나물로 된 것이라면 국이든 무침이든 다 좋아한다.  
콩나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싸고 손쉽게 살 수 있는 음식재료다. 빛이 들지않는 시루 속에서 싹을 틔우니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작물이다. 불과 수일만에 무성하게 자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허기를 채워주니 갸륵하기조차 하다.

불과 얼마전까지 아내는 멸치다시를 내서 콩나물국을 끓여냈다.
자주가는 식당이 있는데 그 집 콩나물국이 시원하고 내 입맛에 맞다하니 아내가 식당주인에게 요리법을 물었다.
결정적인 차이는 맹물에 콩나물로만 끓여내는 것이었다. 이후로 나는 맹물로 끓여 낸 콩나물국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 콩나물을 '최고의 요리'로 극찬한 저명한 외국 미식가 얘기를 들었다.
이유를 물으니 "물과 콩나물 소금만으로 이같이 오묘하고 깊은 맛을 내니 어찌 최고의 음식이 아니겠느냐" 했단다.  
가까운 일본은 콩나물을 먹지 않는다. 요리 할 때는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을 쓴다. 그는 일본인이다.

유럽 사람들도 콩나물을 먹지 않는다.
콩이 콩나물이 되는 걸 보고 머리 하나에 털달린 다리 하나 달린 귀신을 연상해서라고 한다.
유럽에는 최고로 치는 요리 재료가 많지만 그 중에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릴만큼 비싸고 귀하게 대접받는 트러플(송로버섯 truffle)이 있다. 다루기는 까다롭지만 그 독특한 향에 제대로 취하면 헤아나오지 못한다고도 하고 영원히 가까이 하지 않기도 하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재료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작곡한  안토니오 로시니가 광적으로 좋아했던 케이스인데  젊은 나이에 성공해 거부가 되자, 곧장 본업을 때려치고 요리 연구가이자 미식가로 전업했다고하니 그야말로 트러플에 죽고 못 사는 인물이었던 셈이다.

콩나물은 개략 1kg에 5천원 정도고 트러플은 최고가가 1kg에 1억5천만원을 호가한다.
콩나물은 우리네 어머니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자라고, 트러플은 유태인과 무슬림이 더러운 동물이라 금기시하는 돼지가 코로 땅을 후벼파서 찾아낸다.
콩나물은 범부(凡夫)인 내 밥상에 오르고 트러플은 청와대 만찬에 올라 유명세를 탔다.
나는 콩나물 맑
의식주. 옷과 먹을 거리와 살 집 그 단순하고 더하고 뺄 것이 없는 궁극의 지점. 덧칠 하지도 양념으로 맛을 내지도 않는 Less is more로 삶을 디자인한다.

콩나물국의 오묘함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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