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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r 16. 2020

의식주(住)-1

코로나 여파로 외부일정도 잡지 않고 회의도 없어진 날들의 연속이다. 개강도 미뤄져 원격 수업이나 동양상을 올려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중이다.
어느날 불현듯 '그렇다면 굳이...' 휴일만 걸러도 거뭇해지는 얼마 전부터 수염을 밀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수염이 기르는데 부정적인 경향이 있어보인다. 텁수룩해진 수염을 보고 아내는 "이 수염 기를거야?" 회사 여직원들은 "왜 수염 안깎으세요?"물어 본다.
내 대답은 "마스크 대신 수염으로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거야. 일종의 필터 역할이지..."라고 한다.

사람들이 여러 다양한 도구로 매일같이 수염을 깎거나 그렇지는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이발을 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자연발생적인 신체의 변화를 미적으로든 위생적인 이유로해서건 관리하게 되면서 우리 인간은 좀더 문명화되고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교수님 여기가 제 땅이에요"
상업시설이나 사무실이면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난 뒤 방문할 기회가 많지만 집은 대체로 그럴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집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데다 그곳은 사회생활에서의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내가 작업한 집에 초대되어 갔을 때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그 집 막내아들이 내 손을 이끌고 가 자랑하면서 한 말이다.
거실 쇼파를 배치하면서 3인용과 1인용의 만나는 코너에 작은 이불이 펴져있다. 몇 가지 소꼽놀이 장난감도 한 귀퉁이에 잘 정돈되어 있다. 숨바꼭질을 하면 딱 숨기 좋은 장소다. 그렇다고 음침하지도 않다. 거실 창을 통해 햇볕도 잘들고 아늑하니 안성마춤인 자리에 터를 잡은 셈이다.

"그래? 와~ 정말 멋진데... 좋겠다. 벌써 니 땅이 있다니..."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다. 녀석은 아이같은 아이다. 나는 아이들이 점잖다거나 생각이 깊다든지 하는 칭찬을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어른 시각에서 바라 본 평가여서다.
아이는 아이다와야 한다. 아이처럼 행동하고 생각한대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끔 사람들이 풍수지리나 수맥에 대해 묻는데 나는 "글쎄요 밖에 나가있다가도 집에 들어오고 싶은세요? 집이 편안하게 느껴지신다면 나와 잘 맞는 겁니다"정도로 대답한다.
한옥에 대한 공부를 하느라 풍수지리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현대의 주거환경에서 적용하기란 억지스럽다는게 내 결론이다.
차라리 자신의 감각이나 느낌을 믿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수맥에 관해서는 집에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늘 앉은 자리가 있다면 그 곳이 수맥이 흐르지 않는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오히려 신빙성있게 들린다. 그러니 아직 자연상태에 더 가까운 아이가 터를 잡았다면 좋은 장소인 셈이다.

우리가 카페나 공공장소를 찾을 때 어느 좌석에 먼저 눈길을 주게되고 어떤 자리부터 차는 지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일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공간 심리에 대한 연구결과로도 나와있다. 되도록 남의 눈에는 띄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관찰하고 입구를 바라보거나 동선이 연결된 지점 어딘가를 선호하게 된다.
이는 동물들이 예를 들어 새가 둥지를 짓거나 육상의 동물들이 새끼를 기르려고 동굴을 찾을 때도 적용되는 원리다. 우리 인간도 알게 모르게 본능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공간심리학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자연환경에서 특정 장소를 선호하는 이 같은 원리를 '조망'과 피난'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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