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食)주-2

by 문성훈

막내네 큰 녀석은 편식이 심하다. 이 녀석 때문에 동생과 어머니가 서로 탓을 하면서 책임공방을 벌인 적이 있었다.
조카는 한동안 할머니 손에 컸는데 동생의 주장은 어머니가 녀석이 좋아하는 소세지나 햄을 자주 먹여서 그렇다는 것이고,
어머니는 밥을 안먹으려드니 좋아하는 반찬을 해 줄 수 밖에 없었다며 "문디 저그들(동생부부)이 혹딱거튼 소상(골치 아픈 손주라는 뜻) 낳아놓고 어데다 뭐라카노(누구 탓을 하느냐)" 억울해 하셨다.
내가 보기에 전적으로 어머니 말씀이 옳다.

같은 밥상을 받고 자란 나와 동생의 식성은 딴 판이다.
1년 가야 라면 먹는 일이 몇 번 안되는 나에 비해 동생은 앉은 자리에서 라면 2개와 밥까지 말아먹을 만큼 좋아하고,
젓갈과 된장만 있어도 행복해하는 나와는 딴판으로 동생은 고기와 계란이 있어야 된다.
게다가 결정적인 사실은 동생이 햄과 소세지를 무척 좋아한다는 것이다. 동생이 조카의 편식을 탓하려면 동생 부부의 유전자와 제수씨가 들인 조카의 식습관을 문제삼아야 한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야채종류는 일부러 골라내고 먹을 정도고 고기와 햄종류가 없으면 밥을 잘 먹으려 들지않는 녀석의 식습관을 그대로 둬도 될 지 걱정스럽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는데 아이들이 편식이 심할수록 괴벽이 있고 남의 눈치를 잘 보며 신경질이 많은 등 성격적 결함이 많다는 것이다.
또다른 식습관과 성격에 관한 연구 결과에는 채식주의자가 비경쟁적이고 심각하며, 육식을 즐기는사람일수록 자유분방하고 관능적이며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 있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데 성인이 되면 고치기 힘들다고 하니 어른들이 관심을 두고 가르치는 수 밖에 없다.

사람은 잡식성 동물이다보니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양면성을 두루 지녔다.
흔히 육식동물이 사납고 흥분을 잘하는 반면 초식동물은 온순하고 느긋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반대다.
육식동물은 생존을 위한 사냥이나 서열 결쟁, 영역 다툼만 아니면 대체로 유순하다. 열량이 높은 고기를 섭취하니 소화 시간은 짧고 포만감이 빨리 온다. 육식으로 체질이 산성화 되면 잠은 길어져 느긋하고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초원의 사자를 보더라도 사냥을 뺀 대부분의 시간은 잠을 잔다.

반면 천적으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초식동물은 신경질적이고 다분히 공격적이다. 항상 긴장해 있어야 하니 예민할 수 밖에 없고 서열싸움도 오래가고 치열하다.
풀에 다량 함유된 칼륨은 신경과 근육을 흥분시키는 물질인데다 체질 또한 알카리성으로 바뀌어져 잠은 짧고 사소한 자극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열량이 낮으니 많이 섭취하고 소화기관에 머무는 시간도 길다. 되새김질하는 동물은 초식동물뿐이다.
사냥이 아닌 생존을 위한 초식동물의 공격성은 육식동물이 넘보지 못할 만큼 필사적이고 난폭하다. 아프리카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동물은 사자나 악어가 아니라 물소, 하마, 코끼리다.

육식을 주로하는 서양인과 곡물섭취가 많은 동양인 간에도 이런 성격의 차이가 나타난다. 서양인은 개인을 중시하고 동양인은 관계에 연연한다. 무리짓는 동물은 대개 초식동물이다. 서양에서는 논리가 부각되지만 동양에서는 도를 우선시한다. 초식동물은 늘 예민해 있고 생각이 많다.
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도 서양인의 장보다 동양인의 장이 훨씬 길다. 초식동물의 특성이다. 그에 따라서 서양인보다 동양인의 아랫배가 더 나오고 허리 부위가 긴 체형이다. 근육을 만드는 단백질 섭취가 많은 서양인들이 탄수화물로 힘을 내는 동양인에 비해 운동능력이 탁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육식을 많이 하게되면서 대장질환이 증가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빨리 부패하는 육류가 동양인의 긴 소장과 대장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초식동물이 육식을 하게되면서 나타나는 결과는 더 극적이고 참혹하다. 광우병은 초식인 소에게 탐욕스런 인간이 빠른 성장발육을 위해 육류섞인 사료를 먹여서 발생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우리 세대에 비해 허리가 짧고 하장이 길어지는 걸 보면 식단의 변화가 체형까지 변화시키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무튼 송곳니를 드러내는 드라큐라의 전설이나 사람까지 잡아먹는 좀비 이야기가 없는 우리나라이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좀더 초식동물의 성향을 지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수렵과 채취생활을 하던 인류가 농작물을 재배하게 되면서 송곳니는 무뎌지고 어금니는 발달했으며 장도 길어졌을테니 어찌보면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 파란 눈에 하얀 피부를 지닌 서양인보다 동양인이 더 진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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