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세상읽기를 기존 언론이 아닌 SNS로 한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벼베기가 끝난 들녘에서 이삭줍기를 하는 것만 같아 심란하다. 자신의 주장이든 정보든 심지어 일상까지도 정제된 글을 만나기 어렵고, 묵히고 숙성된 생각이 담긴 문장이 드물어서다.
누구나 알겠지만 전문적인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글쓰기가 그리 수월한 작업은 아니다. 그러니 나 역시 고치에서 실 뽑아내듯 글이 써지고 거미줄 치듯 문장이 엮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 쓰는 기쁨이 있고, 쓰면서 스스로 배운다.
특히 나는 욕하고 싶을 때 글은 쓴다. 세상을 향해서건 스스로를 질책 하는 것이든 삼키지 못하는 걸 토해내는 작업이다. 이 참에 SNS에 내가 올린 글이나 읽은 글에서 그동안 느끼고 아쉬웠던 부분들을 가감없이 두서없이 털어 놓을까 한다.
• 어려운 말을 쉽게 하는 게 쉬운 말을 어렵게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대체로 전문가 집단이나 상대적 우월감을 가진 사람일수록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뛰어난 분들의 글은 친근하고 예사롭게 쓰여져 있다.
• 곧은 걸 구부리는 것보다 굽은 걸 곧게 펴긴 어렵고 편다고해도 원래 모양대로 곧아지진 않는다. 남의 잘못만 지적하고 꾸짖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동안 생각이 휘고 글이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 낭중지추(囊中之錐)는 글쓰기에도 해당된다. 칼을 품고 글을 쓰는데 읽어서 서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며 아무리 숨기려해도 문재(文才)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일부러 자극적이고 거친 언사를 쓰지 않아도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건지, 자랑하려 들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 독서 그리고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보낸 사람인지 알게 된다.
• 정보와 지식을 옮기는 건 쉬워도 온전히 내 것인 정수 하나를 담기는 어렵다. 누구나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담을 수는 없다. 선별하고 정제해서 내 것이 된 얘기가 들어가야 진짜 글쓰기다.
• 고함을 질러 놀래키긴 하는데 작은 소리로 귀기울게 하는데는 서툴다. 대개 남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하다. 소리치고 악을 쓰는 사람들은 이미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선동하고 모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흔들어놓지는 못한다.
•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침이 튄다면 상대는 이미 기분이 상해있다. 삿대질하고 언성을 높이면 결국은 감정싸움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