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신가요-1

by 문성훈

"설마 신천지에 빠진 건 아니지?" 논문때문에 지난 주말을 연구실에서 보낸 아내에게 농을 건넸다.
"무슨 말이야?"
"혹시 순진한 당신이 복음방에 끌려간 것 아닌가 걱정돼서..."
"아니 나를 어떻게 보고..."
괜한 말 건넸다가 본전도 못건졌다.

출근길 거리가 한산한 건 여전한데 젊은이가 대부분인 행인들에게서 조금씩 변화가 보인다.
한창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떠들썩할 때는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을 볼 수 없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가끔씩 눈에 띈다.
지난 주 금요일 저녁에는 꽤 오랜 시간을 산책하며 상가들을 돌아봤다. 확실히 행인들과 식당 손님들이 조금씩은 늘었다. 여전히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린 상가들은 굳게 문이 닫혀있다.

코로나19는 이제 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는데 오히려 한국은 조금씩 평온을 되찾아가는 조짐이 보인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예전과 달리 주변이 시끄럽지 않은 것도 나로서는 반갑다. 물론 여전히 신천지에 이어 일부 개신교 예배를 통한 수도권의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대구를 비롯한 경북지역은 감염여파로 경제적 공황상태에 빠져있으며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비례정당 문제로 시끄럽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망적이다.

예기치않았던 코로나 사태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현정부의 역량과 기조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경제적 공황에 대비한 예방주사 성격의 미열을 체감케 했으며,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지향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21C 과학 기술과 종교가 첨예하게 부딪쳐 종교가 지닌 의미를 되새기게 했으며, 일상생활에 파고든 4차산업의 여파가 어느정도인가를 가늠케했다.
이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속의 한국이 지향해야 할 바를 어렴풋이나마 일러주는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나는 코로나 사태 초기 이를 기화로 결집한 수구세력의 엄청난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현 정부의 일관된 태도와 기민한 대처에 안심했다. 그 결과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코로나 대응국가로 나타났다. 한국의 의료체계만큼은 선진국을 능가하고 위기상황 대처에 있어서 투명하고 안정된 정권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미 소용없고 부작용만 낳았을 것으로 판명된 중국 입국 제한조치를 아직까지 들먹이고, 어쩔 수 없었던 마스크부족 사태를 빌미로 정치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한쪽 귀만 열린 사람들에게 들리는 형국이다.
이대로 진보 세력의 집권 안정성을 입증한다면 국민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코로나까지 겹쳐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암담한 지경에 놓여있다.
그런데 좀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앞으로 세계경제가 호황을 맞이하거나 우리 경제가 지금과 같은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은 없다. 세계 경제가 양적 팽창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지표로 나와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는 셈이다. 부의 편중이나 불로소득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한다. 정보와 기술을 독점하는 세력이 득세하게 될 미래는 양극화의 심화로 중산층부터 무너진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상승보다 임대료에 더 고통받는다. 앞으로 어떤 정부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지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어느 사회나 부와 권력을 가진 기득권 세력과 이에 기생해 온 엘리트층은 과거에 연연해하고 새로운 사회적 변화에 저항하게 마련이다. 과거에는 독재 정권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옹호하고 방관했던 적도 있다. 민주화되면서 더 극심한 혼란을 겪고있는 개발도상국에서는 과거 독재정권을 더 그리워하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한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기득권을 대표하는 수구세력의 모략과 책동, 언론의 왜곡되고 편중된 보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권력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종교가 이성까지도 마비시킬 수 있음을 지켜보고 있다. 신천지에서 비롯된 감염이 개신교의 예배 강행으로 번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나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사회 정화차원에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교회의 목사가 가정예배만큼은 소홀하지 말것을 당부하며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예배 중단을 결행하고, 세습을 마다하지않는 대형교회가 감염우려는 아랑곳하지않고 수금을 위한 예배를 강행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교인들은 참된 종교와 신앙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누구와 무엇을 위한 종교인지 그리고 신앙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이야 말로 참된 신앙인임이 분명하다. 이번 위기가 종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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