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시골 출신들이 서울에 살다보면 혈연말고도 지연,학연으로 엮인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도 하지만 그로 인한 에피소드도 꽤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내 경우는 어머니도 고향 인근인데다 선친과 아내는 같은 고향 사람이어서 더욱 그렇다. 고교선배가 아버지 제자인 경우는 허다하고, 세살터울인 아내의 오빠는 내 친구의 절친이고, 아내의 초교 동기들은 내 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아내의 초교모임에서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내의 남자동기들이 모두 내 고교후배들이기도 하다보니 아내의 호칭과 대우를 '형수님'으로 할지 'ㅇㅇ야'로 할지 지들끼리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그래서 대개 자기들 모임에서는 친구로 대하고 내 앞에서는 깎듯이 '형수님'으로 대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한다. 내가 '대개'라고 한 이유는 "아니다. 우리 ㅇㅇ형님 아내이신데.... '형수님'으로 대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후배가 있어서다.
최 ㅇㅇ는 그런 후배이자 가까운 동생이다. 그런데 그 녀석의 아내는 아내와 친구이자 동기다. 동갑내기라서다. 그 부부는 오래전 이민을 가서 미국 영주권자이면서 후배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니 절반씩을 나눠 한국과 미국을 오간다. 어제 저녁. 작년에 미국대학에 들어간 그 부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 들어 온 얘기를 아내에게서 전해들었다. 항공편에 부심하다 다행히 들어올 수 있었단다. 그 딸은 부모의 신신당부로 기내에서 마스크에 고글, 실리콘 장갑까지 끼고 있었는데 다른 승객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고 한다. 말 잘듣는 그 딸은 기내식은 물론이고 물 한잔도 안마시고 한국에 도착했는데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검역 줄이 늘어서있어 3시간 넘게 걸렸다고 한다. 검역도 철저하게 받고 주의사항까지 전달받았으니 지금은 그야말로 수감생활이나 마찬가지인 자가격리중이라고 한다. 서로 그리웠을텐데 한 집에서 대화는 핸드폰으로 하고 서로 마주치지도 않으면서 식사는 제 방에서만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2주간을 보내야하겠지만 딸은 한국이라서 마음을 놓았고 입국하면서 공항에서 고생은 했지만 조국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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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처남의 가족은 영주권자로 뉴욕에 산다. 처가식구들끼리 밴드를 하는데 고국 신구들이 염려할까봐 최근들어 미국 소식을 자주 전한다. 지금 미국은 전시상황을 방불케 한다고 했다. 일주일 전(3/16)에 처남댁이 올린 글은 '뉴욕은 내일부터 학교 4월20일 까지 문닫아요. ㅇㅇ(처남 아들)도 집에서 있어야 해요. 코로나 이제 시작인듯해요. 화장지,마스크,손소독제 구하기 너무 힘들구요. 한국처럼 의료시설도 잘 된것도 아니고. 초 긴장 상태입니다. 잘 지나 갈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려요.' 였는데, 어제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모두들 뉴욕 걱정 하실것 같아 간단하게 이곳 사항을 말씀드릴게요. 우선 내일부터 stay at home order 라 병원,약국,마트등 생활에 최소 필요한곳 외에는 모두 자택에 머물러야 합니다. 마스크,타이레놀,휴지 구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비상식량 준비했고,마스크도 소량 있어서 다행입니다. 뉴욕은 바이러스에 걸려도 병원에서 중증 환자 아니면 집에서 타이레롤, 먹고 알아서 지내야 합니다. 치료비도 어마어마하고,누가 걸렸는지조차 알려 주질 않습니다. 정말 이번일로 한국이 얼마나 선진국이고 안전한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고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질풍노도 시기를 보내는 사춘기 청소년같기도 하고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이나 국민보다 보건당국이 검사를 꺼려하고 세계 사람들이 믿지않는 확진자도 사망자도 세계최저임를 자랑하는 일본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까막눈과 막힌귀가 열렸으면 하는데 부질없는 바램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