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3시간의 원격강의가 있는 날입니다. 긴 시간일 수도 있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데 오늘은 다른 날과는 달리 강의 말미에 잠시 시간을 남겨두고 마쳤습니다. 학생들이 사전투표를 했는지 물었습니다. 절반정도가 했더군요. 투표를 당부했습니다.
"곧 너희들이 뛰어들 세상이다. 언제까지 남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살래? 이제 너희들이 살 세상 너희들이 만들어라. 주권자가 가진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수단은 투표권이다. 명심해라"
공기가, 물이 넘치듯 많아도 고마움을 모르듯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정치로 움직인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금이 많이 나왔다고, 임대료가 또 올랐다고 불평은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알고자 하지 않습니다. 누구네는 집이 몇 채인데 전세를 산다고 신세타령은 늘어놓지만 왜 더불어 잘 살 수는 없는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나처럼 살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로 자식등록금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모으지만 정작 자식이 더 나은 삶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인지는 살펴 보지 않습니다.
그저 고개를 숙이는데 익숙해졌고, 발 끝만 보고 걷기에도 하루하루 밥벌이가 고달파서일 겁니다. 하지만 가끔을 고개를 들어 앞을 보고, 하늘도 봐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걷고 있는 방향이 옳은 지, 혹시 먹구름이 끼어 우산을 준비해야 할 지 압니다.
정치에 혐오를 느껴 투표장은 가되 기권표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리석고 한심합니다. 구역질 나는 정치가 계속되는 건 정치인들이 그래도 된다는 몹쓸 신념을 심어줘서입니다. 정치 얘기라면, 이념논쟁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손사래를 쳐왔기에 자신의 뜻이 우리 모두의 바램과 맞닿지 않아서입니다. 그래놓고 정작 저치권 탓만 합니다. 투표율 진작을 위해 투표장에 갈 정도의 의식이면 그나마 지지할 만한 후보가 출마한 지역으로 주소지를 옮겨 한 표를 행사할 정도의 집념도 지녀야 합니다. 세상사를 최선의 선택만을 해서 최상의 결과만을 가져 온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소리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나마 투명해지고 국민을 어려워하게 된 건 수많은 국민이 구역질을 참고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으려 하면서 한국 정치를 끌어왔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우리 국민이 가진 현재로서 가장 직접적이고 유일한 정치행위입니다. 참여하지 않고, 정치를 탓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국가대표 유도팀 트레이너로 있는 북한 유도선수 출신의 이창수씨가 있습니다. 사랑과 자유를 찾아 탈북을 한 이후로 북에 두고 온 가족 소식에 비탄에 잠기고 사기까지 당해 한때 알콜중독에 빠질 정도였답니다. 어느 날 문득 지켜야 할 세 자식과 목숨을 걸었던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새 삶을 살게되었고 지금은 트레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그가 말했습니다.
"뭐든 있을 때 잘 지키세요. 자유든, 사랑이든, 나라든, 가족이든. 여기선 자신이 가진 소중한 걸 지켜야 하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 건 무엇입니까? 무엇으로 지키려 하십니까?
다음날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수요일에는 한 표를 행사해야겠습니다. 싫다면 전원책이 이민 떠날 때 같이 떠나 이웃이 되어 주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