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과 사이다

by 문성훈

"야 이런식이면 어디 무서워서 공직 나갈 사람 있겠냐?"
- 그러게요. 형.... 좀 답답하네요
"나도 그렇게 손가락질받을 일 안하고 살았다싶었는데 지켜보니까 나도 안되겠더라야 이건 뭐 사돈에 팔촌까지 뒤지니....이건 아니지"
- 한국에서 그 정도 나이까지 살아 온 사람들이면 그럴 만도 하긴 한데...
불법전입, 과거 발언, 변호사 시절 고액 수임료 등으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혹은 여론의 질타를 받아 낙마한 후보들이 쏟아져 나올 때 지인과 나누던 대화다.

가까운 친지가 모 정당의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던 적이 있다. 그 분의 부인되는 분이 내게 한 말이 기억난다.
"뭐 그리 증명 떼야 될 것도 많고, 요구하는 게 많은 지.... 그렇게 수락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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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난 기억을 떠올린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비례정당 선택에 있어서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으로 갈리는 현상을 보게 되면서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비례대표 김진애의 4대강 저격에 시원해했었고, 최강욱 변호사과 주진형를 좋아했으며 김의겸에게 동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비례정당 5번 "더불어시민당"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열린민주당 인사들이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을 통과해 공천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이유다.
앞서 대화를 나눴던 선배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인격적으로나 사회적 명망에 있어서 누구못지 않게 훌륭한 평가를 받던 분이다. 그런 분도 통과를 자신없어 하는 공직자의 자격 검증이고 내 친지가 그토록 골치아파하던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걸친다.
이것이 곧 시스템이다.
권력자의 낙점, 일부 세력의 적극적인 지지가 아닌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보편적이고 합리적이며 한국 사회가 용납할 수 있는 까다로운 기준을 마련 하는 것.
그리고 설사 능력이 아깝고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더라도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결격 사유가 있다면 그것을 찾아내고 검증해서 걸러내는 것이 정부와 공당의 책무다.
아쉽게도 열린민주당이 그런 면에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창당을 한 정봉주부터 비례대표로 내세운 인사 대부분이 그들이 내세우는 모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에서 배재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민주국가의 정당 정치는 합의와 타협을 골간으로 한다.
가슴이 뻥 뚫리는 주장을 하고, 누구나 설렐 만한 이상적인 청사진을 펼친다고 해도 소수의 힘, 트인 목청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신중함과 노련함 때로는 양보와 끈기로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닐까 싶다.

사이다는 편의점에서 가끔 사다먹어야 한다. 그마저도 잠깐의 청량감을 줄 지언정 근원적인 갈증은 해소해주지 못한다.
정치는 우리가 늘상 먹는 쌀밥이고 맹숭하지만 갈증을 다래주는 물과 같아야 국민이 편안하다.
집안 냉장고에 사이다를 쌓아두고 있을 필요는 없다. 늘상 손이 가고 목이 마를 때마다 찾게 될테니까. 나중에 이를 썩게 할 지도 모른다.
우물과 사이다 중 선택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깊은 우물이면 열린민주당은 냉장고의 사이다다

내게 있어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은 그런 면에서 하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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