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도를 들으면...

by 문성훈

생명을 살리는 직업은 숭고하다. 의사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린다면 정신적인 삶을 풍요롭게 하는 성직자가 있다.
그리고 간과되기 쉽지만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아야하는 직업이 요즘들어 '쉐프'로 더 알려진 요리사가 아닐까 싶다.
결국 특별히 병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인간사는 먹고 사는 문제로 점철된다.
어미가 젖을 먹여 자식을 키우고 정성이 깃든 식단으로 가족의 건강을 지킨다면 요리사는 자신만의 신념과 양심으로 고객의 먹거리를 장만한다.

의학계에 낭만닥터 이국종이 있다면 요식업계는 낭만식객으로 알려진 임지호가 있다.
굴곡진 삶을 살아오면서 바람이 키운 사람 임지호가 다른 요리사와 달리 장을 보지 않고도 우리 산야에 흔하게 널린 식재료만으로 마술처럼 요리를 만들어내고, 철따라 핀 꽃과 이파리,이끼, 기왓장 나뭇가지로 식탁을 풍요롭게 장식하는 자연주의 요리 철학을 가지게 된 데는 몇 가지 계기가 있다.

첫번째는 한의학을 공부한 아버지의 "자연의 모든 재료가 생명을 살리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라는 가르침이었고,
정처없이 떠도는 그에게 기꺼이 밥상을 차려 준 '세상 모든 늙은 여자 어머니'가 있었으며
어린 그를 데리고 들에 나가 쑥을 캐며 자연의 재료가 음식이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게 해줬던 네 누나가 있었다. 결국 그에게 여자는 어머니거나 될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세상 모든 사람을 키우고 살리는 건 자연이라는 철학이 생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 이 애닯고도 고단한 인간사에 여지없이 끼어들고 때로는 흔들어놓기도 하는게 정치라는 물건이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고있는 현대인에게 정치는 먼발치에 밀쳐놓을 수 없는 절박한 현실이다. 다만 외면하고 모른 체 하고 싶을 뿐이다.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국만이 유일하게 선거를 치뤘다.그것도 전 국민이 무사하게 모범사례를 만들면서 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지혜로운 선택으로 위대한 선거결과를 가져와 촛불혁명 이후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집권 여당에게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을 지웠고, 야당에게는 성찰과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제부터는 그들의 시간이다.

격려를 받았건 회초리를 맞았건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그런데 회초리를 맞은 야당의 지난 총선을 복기하는 태도는 아직 마뜩잖다. 변명과 아쉬움, 남탓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중학교 때 사회 시간인지 윤리 시간에 배웠던 당시에는 알듯말듯한 공자의 말씀이 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벌써 4차례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국민이 일러 준 정치의 도를 깨닫지 못한다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좀비당이 될 수 밖에 없다.
낭만식객 임지호를 특별히 아꼈던 세째 누나가 해줬다는 말 "험한 욕을 하지 마라. 네 삶이 그렇게 된다. 훌륭한 사람의 모습을 항상 가까이 해라. 그러면 너도 그렇게 된다"를 야당에게 들려주고 싶은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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