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문성훈

불꽃놀이처럼 화려한 문양을 그리다 사그라지는 글은 쓰겠는데 고즈늑한 밤하늘에 홀로 떠서 누군가의 꿈이 되는 별이 되거나 거친 파도에도 아랑곳하지않고 항구로 이끄는 등대 불빛같은 글은 역부족이다.

모서리를 쳐내도 덜거덕거리기만할 뿐 수레바퀴처럼 잘 굴러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고물을 묻혀 내놓아도 속살 맛을 음미하는 사람은, 알맹이만 까놓아도 제대로 맛을 보는 사람은 드물다.
목청만 돋을 뿐 외래어로 들리는 글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 발가벗고 노상에서 구호를 외친들 정작 사람들은 벗은 몸에만 관심이 있다.

송곳은 숨겨도 주머니를 비집고 튀어나온다. 내게 글쓰기는 세상에 대고 퍼붓는 욕설인지도 모른다. 무심결에 주머니를 뚫고나온 송곳 끝이 누구를 찌를 지 모른다. 상대를 향해서건 자책하는 것이건 삼키지 못해 도로 토해내는 작업이어서다.
글쓰기는 문신을 새기는 작업이다. 옷 안에 감출 수는 있어도 지울 수는 없다. 많은 정보와 높은 지식을 나를 수는 있어도 온전한 내 것을 담기는 어렵다. 고함을 질러 놀래키긴 하겠는데 작은 소리로도 귀기울게 하기는 무척 힘들다.

이삭 줍듯 노을 진 들녘을 헤매는 기분이 들곤한다. 장광설을 늘어놓을 수는 있겠는데 심금을 울릴 간결한 시어같은 한줄은 밤을 새워도 떠오른지 않는다.
넝마주이를 자처한대도 온 종일 파지 한장 못줍는 날이 많다. 동냥질이나 지적질은 넘치나는데 곁에 주저앉아 소주를 따라주고 찬 손을 감싸는 따스한 글은 드문 세상이다.

nick-morrison-FHnnjk1Yj7Y-unsplash.jpg
작가의 이전글관료라는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