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문성훈

오랫만에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동안 못봐서 왔다는데 막걸리 몇 순배가 돌고나서야 속에 있던 얘기를 꺼낸다.
아내와 싸웠단다. 이유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서 예를 들면서 나름 그 상황을 내게 이해 시키느라 애를 쓴다.
나는 그의 아내를 단 한번 만난 적이 있다.
"말투.... 내뱉는 듯한 말투 때문인게지"
"맞아요! 형... 그거"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근한 그에 비해 그녀는 사뭇 다른 사람이다. 오래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지나간 혹은 새로운 뉴스를 접하면서부터 말의 홍수에 떠밀려 하루를 시작한다.
말...말.....말......
나는 사람의 말이 생선회같다고 생각하곤 한다. 한국인은 활어회를 선호한다. 막장이나 초고장을 듬뿍 찍어 볼을 한껏 부풀리며 씹어 먹기를 즐긴다.
일식집의 회는 선어다. 하루 혹은 며칠동안 숙성의 시간을 갖는다. 신선함보다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횟감 끄트머리만 간장에 살짝 적셔 먹는다. 간혹 무순이나 고추냉이로 풍미를 더한다.

성정이 급하고 직설적인데다 품은 생각 그대로를 여실히 드러내고 싶은 한국인은 활어회같은 말들을 쏟아낸다. 생생하고 풍성하지만 초고추장맛이 가시고 담뿍 썰은 살점을 오래도록 씹어야 제대로 그 맛을 알 수 있다.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의 말은 숙성되어있다. 본연의 맛보다는 쫄깃한 식감과 부드러운 넘김이 더 다가온다. 노회한 사람이나 남을 의식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예컨대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의 말은 선어회같다.
그래서인지 잘못 숙성된 회처럼 부패가 되기도 쉽고 때로는 탈이 나게도 한다.

나 역시 돌려 말하질 못하고 직설적인데다 하기싫은 말은 삼킬지언정 포장하거나 오랫동안 숙고해서 말하는 편이 아니다.
후배가 마저 말하도록 내버려둬도 좋았을 것을 괜히 정확하게 짚었나 이내 후회했다.
불만을 토로하고 위로를 받고 싶었을텐데 오히려 상처를 헤집어놓았을 지도 모른다.

말을 배우기는 쉬워도 제대로 하기는 어렵고 힘들다.
그런데 함부로 혹은 처세의 수단으로 쓰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참말과 거짓말을 혼재해서 쓰니 자신조차 무슨 말을 하고 사는지 깨닫지 못한다.
병든 말을 하느니 침묵하는 편이 지어서 하느니 그대로 하는 편이 낫다. 말이 생각을 병들게하고 병든 생각이 썩은 말을 하게 한다.

격을 갖춰 살고 싶다는 바램에는 말의 품격을 지키고자 한다는 뜻도 내재되어있다.
사람들은 고급스럽고 기름진 단어로 잘 정돈된 격식을 갖줘 톤다운된 어조로 하는 말이 품격을 갖줬다는 착각을 한다.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단어를 골라 쉬운 문장으로 진심을 담아 하는 말이 품격있는 말이다.

말은 하는 이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될 떄 비로소 품격을 갖추게 된다.

막 잡아올린 펄떡이는 생선의 그것.
반짝이는 비늘같은 단어로 싱싱하고 건강하한 문장으로 열정과 진심을 담은 말을 쏟아냈던 이를 안다.

그의 11주기가 다가온다.

언젠가 사람사는 세상이 되는 날.품격있는 말의 향연이 펼쳐지고 그가 내려놓고 간 꿈이 풍선처럼 날아올라 비로소 그에게 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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