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déjà vu)

by 문성훈

까만 프라이팬이 하늘이라면 잘 튀겨진 팝콘은 벚꽃이겠다.
이제껏 내가 아는 벚꽃은 세가지였다. 새 색시 맑은 웃음을 닮은 진해 벚꽃과 서울 아가씨의 봄 원피스무늬에 어울릴 여의도 벚꽃 그리고 혼기 놓친 노처녀의 눈밑 주름처럼 늘어진 홍대의 벚꽃이다.

오늘 거기에 하나를 더할까한다. 까만 밤하늘 별을 가리고 쏟아지는 아이의 함박웃음 닮은 일산 호수공원의 벚꽃이다.
책의 어느 대목, 시의 어느 구절과 현실의 상황이 혼돈스러울만큼 들어맞는 것도 일종의 데쟈뷰(déjà vu )일지 모른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
공원에는 온통 벚꽃이 흐드러졌다. 한술 더 떠 오늘은 토요일 밤이기까지 하니까 집에서 저녁을 먹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을 법도 했다.

공원 전체에 밤새 켜지는 부드러운 조명. 그 불빛을 받아 더욱더 아름다운 벚꽃 길 아래서 유모차를 밀며 천천히 걷는 젊은 부부. 어깨와 머리에 눈을 소복이 맞은 듯 온통 꽃잎을 얹은 채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 군데군데 벤치에 앉아서 느긋하게 꽃을 감상하며 야간 조명에 의지해 책을 읽거나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 거기에 부자 동네 특유의 품위와 여유가 더해져 분위기도 풍경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벚꽃의 계절이구나. 코끝에 떨어진 꽃잎을 입술로 후우 불어 떼어 내며 이해는 당초의 목적인 돼지 뼈 간장 라면은 잠시 잊고 벚꽃 길올 따라 걷다가 비어 있는 벤치에 살며시 걸터앉았다.
ㆍㆍㆍㆍㆍㆍㆍㆍ<사랑정비중(박수정) 1권 中에서>

BandPhoto_2019_05_03_16_41_39.jpg
작가의 이전글당신도 억울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