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쌈을 좋아한다.
한여름 아직 억세지기 전 보들보들한 어린 호박잎을 쪄서 강된장에 싸먹는 그 쌉쏘롬한 맛을 잊을 수 없다. 남들은 생야채가, 울긋불굿한 서양 야채가 이쁘고 몸에도 좋다지만 나는 호박쌈을 좋아한다. 설사 마늘,오이와 풋고추가 곁들어진다고 하더라도 호박쌈은 형제많은 집 장자처럼 모두를 아우르고 생색내지 않는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자신은 뜨거운 열기에 숨을 죽였을망정 생생한 나머지를 돋보이게하고 은근히 오래토록 잊혀지지않을 글을 쓰고싶다.
충동질하지않고 스스로 드러내지않으며 온전히 그 자체로 남을 수 있는 존재는 얼마나 귀한가. 남을 의식하고 잊혀질까 조바심내며 사는 삶은 또 얼마나 불행한가. 다른 것들을 아우르고 그 존재를 가리지않으면서 자신의 고유함을 잃지않는 호박쌈같은 삶을 살고싶다.
꾸부정한 할머니 손에 한 웅큼이면 가득할 행복이 시골 동네 지천에 널렸는데, 백화점 신선코너에서는 팔지않는 호박잎처럼 흔하지만 귀한 사람으로 남아야겠다.
소소한 행복은 사소함에서 비롯되지만 그 사소함이 누군가에게는 쇄기가 되어 스며드는 빗물에도 바위를 쪼갠다.
바위가 되기보다 함께 구르고 닳아 둥근 조약돌로 어우렁 더우렁 사는 맛이 호박잎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