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과 징크스는 사촌지간이다. 사업을 하는 내게도 징크스가 있다. 고객과의 첫 미팅에서 받은 인상이 안좋거나 나눈 대화가 매끄럽지 않으면 그 프로젝트가 수월하지 않았다. 휴일날 걸려 온 전화는 대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에 반갑다. 면접에 관상쟁이를 앉혔던 재벌 총수보다는 덜하지만 나 역시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매일 치르는 경기의 승패로 인생 경로가 정해지기도 하는 운동 선수들의 징크스는 유별나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수염을 안깎는 경우는 허다하고, 속옷 색깔, 샤워 유무, 심지어 저마다의 주문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성향이 포지션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타자 > 투수 > 외야수 순으로 높다. 3번의 기회 중 한번만 성공해도 3할대 타자가 되는 경우와 많은 수비수의 도움을 받는 투수, 그다지 큰 실수를 할 확률이 적은 외야수의 순서다. 즉 성공확률이 낮을 수록 징크스가 강하고, 위험에 덜 노출될 수록 징크스가 낮다는 결론이다. 이런 결과는 오랜 시간의 데이터와 경험이 결부되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엄마의 손금에서도 벗어나게 된 요즈음 내게는 새로운 미신이랄까 징크스가 생겼다. 각종 매스컴과 거기에 출연하는 소위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게 됐다. 한번은 걸러 듣고, 뜸을 들여 판단하는게 습관처럼 굳어졌다. 관심가는 사안이라면 뜸을 들이는 동안 상반되는 주장이나 근거를 수집하고 비교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쓰레기나 다름없는 신문을 끊은 지는 오래다. 그로인해 내가 직접 경험하거나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서 들은 정보를 예전보다 더 믿게 됐다.
한동안 최근의 일본 정국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 아내가 일본인인 문화학 교수에게서 책이나 보도보다 더 현실적이고 체계적이며 논리적인 해석을 얻을 수 있었다. 일본 정치의 역사, 독특한 관료 세계, 일본 70년대생의 특징등 그의 해박하고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통해 궁금증의 상당부분이 해소되었다.
서푼 값어치도 없는 사안을 두고 한국 언론이 준동하고 있다. 거기에 검찰과 정치권마저 합세를 하는 형국이다. 나는 윤미향과 이용수를 모른다. 내가 접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은 여느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나는 최초 이 사건이 보도될 즈음 윤미향과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같이 활동했었던 분이 분개하며 한 말을 떨쳐내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윤미향은 아닙니다." 그 분은 가까운 지인의 아내다.
물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으니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한 치도 안되는 보수 언론과 수구세력의 속내는 알기에, 그들의 더럽고 추악한 과거와 몰골만큼에는 못미친다는 확신은 가지고 있다.
문제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그리고 옮길만한 건더기도 없는 얘기들을 눈과 귀가 아프도록 읊어대는 세태다. 아마도 이는 지난 경험이 우리 사회에 안겨 준 미신때문일 지도 모른다. 정재승은 사람들이 미신을 믿는 이유가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에 비해 자신이 상황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견 수긍이 가는 말이다.
과거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수없이 놓여졌던 사람들이 현재의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분위기속에서 분노와 바램을 일시에 분출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이 부정이든 긍정이든 은연 중에 언론과 수구의 나팔수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완전히 미신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무당의 굿판에 뛰어들어 함께 요령을 흔들고 작두에 오를 것까지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