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열성 야구팬이 아니다. 룰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정후는 안다. 족보상으로는 '바람의 아들(이종범)'의 아들이니 '바람의 손자'쯤 되겠다. 그밖에는 인터넷 검색으로 아는 최고의 신인이고 잘 한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이정후를 알게 된 건 순전히 그의 등번호 51번 때문이다. 51번은 '스즈키 이치로'의 백넘버다. 이치로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 않게 안다고 볼 수 있다. 4257개의 통산 세계 최다 안타를 비롯해 그가 세운 기록은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한마디로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야구 선수 중 한 사람이다.
나는 그가 세운 기록보다 이치로라는 한 인간에게 존경심을 가진다. 51은 이치로가 현역으로 뛰겠다고 목표로 세운 나이다. 물론 그의 말처럼 '애완견 숍에서 팔리지않는 큰 개' 신세가 되어 끝내 달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런 목표가 없었다면 47세까지 현역으로 뛰지 못했을 거란 말은 분명 사실이다. 이치로는 야구 기계다. 야구를 위해 모든 걸 걸었다.
그야말로 '사람이 아니무니다'다. 그는 수많은 명언만큼이나 화제가 된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30년동안 분 단위로 쪼개진 하루 일과와 정해진 식단으로 365일 중 3일 쉬고 362일을 연습했다. 철저한 관리로 단 하루로 부상으로 결장한 적이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만큼 툴을 많이 가진 선수가 없어서 은퇴이후에도 각 구단이 지도자로서 탐을 낸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나와의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를 지키고 보여줬으니 나로 하여금 경외심을 자아내게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자부심, 승부욕, 근성만큼이나 개인적이고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WBC에서 '30년동안 일본을 못이긴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하는 듯 우리 한국 선수들이나 국민들에게 보인 언행은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나는 이치로의 은퇴후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지켜본다. 그의 장인이나 다름없는 지난 행적에서 깨달음과 가르침을 얻으려고 한다. 그래서 후배나 친구 단 한 사람에게 전하려고 한다. 그게 이치로라는 일본 국보와 같은 선수를 통해 내가 배울 수 있는 '극일'이다.
이정후는 이치로를 존경해서 우상의 번호인 51번을 달았다. 그리고 쉼없이 기록을 쌓아나가는 중이다. 그는 올해 22살이다. 이치로는 29세에 MLB에 진출했다. 이치로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이정후의 시대를 열 수 있다. 그는 일본을 묵사발 내자고 하면서 일본 관련 서적 한 권 제대로 읽어 본 적 없거나 일본 정치는 욕하면서 왜 그런지 깊숙히 들여다 보지 않으려는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러운 청년이다.
일본을 진정 이기고 싶으면 일본을 알아야 한다. 제 스스로 만든 코로나 벙커에서 허우적대는 아베의 정치적 수사에 일비일희하느니, 베어먹다 만 우메보시 닮은 골빈 아소 다로의 망언에 분개하고 손가락질 할 시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버티는 숨은 저력, 본받을만한 기질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는 게 훨씬 낫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야 일본 극우의 유력지 조선과 중앙도 이길 수 있다.
나는 선로처럼 합칠 수도, 합해서도 안되는 정치세력간의 야합을 '협치'로 위장 선전하는 자들이나 진정한 반성도, 역사의식의 전환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나라와 굴종이나 다름없는 '화해'를 주장하는 것들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