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by 문성훈

광화문 태극기에 눈쌀을 찌푸리고, 트럼프를 질색하지만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국의 처지를 인식하고 어쩌면 다행인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현재의 미국을 감안해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세계에서 미국이 가진 위상이 그리 줄어들 것 같지 않아서다.
미국이 강대국의 지위를 남용하고 국제 협약쯤은 코 푼 휴지 취급을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감히 맞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축통화를 마음껏 찍어내고 각국이 봉쇄를 하더라도 부존 자원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몇 안되는 국가중의 하나라는 것말고도 넘쳐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미국의 한 주, 총독이 다스리는 식민국가로 취급받는다는 사실에는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다. 사사건건 같은 동족간의 문제를 허락받아야 하고, 국내 정치에 간섭하며, 미군 주둔비용을 장사치처럼 저울질하고 강짜를부리는 걸 용납하면서까지 굴종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독립국가임을 포기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이 우리가 건설해 준 건물을 부수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미국부터 달려가야 하는 신세인 것이 한탄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했다면 부디 성과를 거둬오길 바란다.



나는 정부가 어른스러워졌으면 한다. 한 집안을 이끄는 큰 어른 역할을 해야한다고 본다.
숙모들의 처지도, 삼촌들의 불만도 귀기울려 듣고 자라나는 조카들 걱정도 하면서 집안 대소사를 중재하고 일러주는 대들보같은 존재였으면 한다.
가끔은 뾰쪽한 이는 사랑채로 불러 술 건네며 달래고, 어려운 이는 고이춤에서 혹은 광을 열어 도와주는 그런 어른다운 어른말이다. 자손에게는 조상을 잊지않도록 옛 이야기도 들려주는 자상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바란다.
속은 끓고 애가 타더라도 내색하지 않으며 일비일희하거나 몸가짐을 가벼히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고 한 마디에도 거스를 수 없는 위용과 품위가 묻어나서 누구나가 그 심중을 다 헤아리지는 못해도 수긍해야한다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
가솔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모도 감내하고 굴욕도 참아내며 후대를 기약하는 현명한 그늘이 되어주길 바란다. 위신과 체면보다는 실용과 가치를 더 위에 두고 일어서야 할 때와 기다려야 할 때를 짚어주는 혜안을 지녔기를 간절히 바란다. 때로는 옹골차고 누구라도 업수히 여기지 못하는 당당한 면모도 보여줬으면 한다.

그래서 마침내 체통과 위엄이 안으로부터 밖으로 전해져 명문가의 기품을 지키는 수문장이 되었으면 한다.
집 나간지 오래인 동생이 속을 썩이고, 부자인데다 위세를 부리는 동네 불한당이 행짜를 부린다. 집안에도 분란을 일으키는 이가 적지 않다.
그래도 어른다운 품모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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