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 말씀이셨어요...."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40대 커리어우먼이다. 내게는 건축주의 아내이자 의뢰인인 셈인데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부부모임을 갖는 사이가 됐다. 아내와는 첫만남에서부터 서로 호감을 가져 지금은 자매처럼 지낸다.
두 여자의 인연은 전적으로 내가 맺어준 것이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중1 딸과 터울지는 개구장이 초1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는 40대 그 즈음의 아내를 떠올렸다.
관심과 성향도 너무 흡사하고 무엇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도플갱어 수준인 두 사람이기에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위안도 되겠다싶어 내가 처음으로 공적인 관계의 사람을 사적 영역으로 끌어들였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비슷한 성격과 철학을 가진 까칠하고 예민한 남편들을 둔 영향도 있지 싶다.
꽤 오랜시간 지켜보니 자상하고 친구같은 엄마이자 언제나 한결같이 정돈된 집안 분위기, 짦은 시간에 내어놓는 수준급의 요리솜씨를 갖춘 베텐주부였다. 짐작컨대 직장인으로서도 흠잡을 데 없는 프로페셔널이지 싶었다.
혹시나 슈퍼우먼 콤플렉스 때문인지를 돌려서 물어 본 적이 있다.
"아니요. 처음부터 내가 가진 역량을 가정과 직장에 반분해야겠다고 스스로 마음먹었던 거라서.... 그래서 둘 다 그리 잘하진 못해요. 노력할 뿐이죠. 그렇게 하는게 저로서는 더 편하고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어느날 다른 주제로 얘기를 나누다 직장에서 있었던 그녀의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회사에서도 인정받지만 아랫사람에게도 편안하고 따르고 싶은 상사임이 분명했다.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께서 제가 취직이 됐을 때 두 가지를 말씀해주셨어요. "적을 만들지 마라. 100명의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1명의 적을 안만들어야 한다" "아랫사람한데 잘해라. 너하고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할 사람이다" 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정작 엄마는 아주 짧게 대학에서... 예전에는 급사였죠. 그 경력밖에 없으신데... ^^"
"두 분 다 너무 훌륭하시네요. 그렇게 말씀하신 어머님이나 아직 그걸 잊지않고 지키고 있는 ㅇㅇ씨나... 그러고보면 저는 내 편도 적도 많은 직장 생활을 했었네요. 타고난 기질이 ....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던게죠. 유능한 직원이었을지는 몰라도 직장인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을겁니다."
'적을 만들지 마라' '아랫사람에게 더 잘해라' 어디선가 읽거나 들어봄 직한 말이다. 어쩌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애정과 진심을 담아 고스란히 전하기도 어렵지만,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서 오랫동안 지키는 건 더욱 어렵다.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진리와 격언이 존재하고, 수많은 책이 나오고 인구만큼의 경험담이 오간다.
하늘에 수놓인 별만큼이나 흩뿌려진 그것들 중에서 정작 나를 빛나게 하는 건 마음에 담은 별자리 하나다. 저녁에 도를 들었으니 아침에 죽을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