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화장대 그리고...2

by 문성훈

얼마전 아끼는 동생이 이사를 했다. 그는 드물게 훌륭한 젊은 교수다. 연구 성과도 나무랄데 없지만 평소의 생활 태도가 본받을만한 친구다. 처음 마련한 집인데 전세 살던 집보다 평수가 줄어들었다. 들여놓을 가구의 배치나 구성에 난감해하길래 아파트 구조와 치수를 재어오라해서 스케치해주었다.
거기에 더해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 거실에 긴 원목테이블(Wood Slab)을 들이고 그가 원하던 쇼파를 포기하라"고 권했다. 가성비 좋은 수종(樹種)과 구입할 가게도 일러줬다. 역시 친한 동생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후 수차례 테이블사진 실은 톡이 그에게서 날라왔다. 최종적으로 두 종류가 마음에 든다는데 내가 권했던 것과 비싸지만 마음에 드는 또 다른 테이블이다. 평소 검소한 성품을 아는지라 권했던 것인데 가게를 방문해보니 여러 물건 중에 눈길이 가는 것이 또 있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내가 권한 것보다 배 이상 나갔다.
두 가지의 장단점과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는 안할 거라며 "최종 결정은 쓰게 될 사람의 몫이다"라고 했다.
며칠 후 전화가 왔다
대뜸 "형!결정해서 계약하고 계약금 줬어요. 그런데 제가 뭘 선택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내가 처음 권했던 원목 이름을 댔다
"예. 맞습니다. 그걸로 정했습니다"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다. 하루 이틀 지난 후 저녁식사를 같이하게 됐다. 이런저런 대화 중에
"그런데.... 형... 자꾸 안사기로 한 그 테이블이 생각이 나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나서부터 나의 기나긴 설득이 시작됐다. 사지않은 그 테이블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내 지난 구매 경험을 얘기하고, 심지어 큰 나무를 더 이상 베어내기 힘드니 오래 가지고 있으면 가격이 오를 거라(?)는 사기아닌 사기도 쳤다. 확답은 듣지 못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비싸지만 마음에 품었던 물건을 사기로 했다고 전화가 왔다. 전날 밤 마지막으로 한 얘기가 주효했지 싶다.
내가 그랬다
"너 지금까지 살면서 니 스스로에게 한 선물이 뭐가 있나 생각해봐. 내 생각에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오랜기간 연구하고 열심히 살았으면 니 스스로를 칭찬하고 선물 하나 해. 니 마음에 드는 테이블에 앉아서 연구하고 책 봐. 돈...이럴 때 쓰라고 버는 거야"
전화를 끊고서 가구점하는 동생에게 전화했다. 내가 소개했으니 어련히 잘 해줬겠냐만 이렇게 전화까지 하는 형을 봐서 최대한 손해보지 않을만큼해서 안겨줘라고 했다. 그러마했다. 그 테이블로 바꾼 동생은 그 가게에서 너무 싸게 잘해줘서 미안할 지경이었다고 고마워했다.

이사한 지 한달이 지난 지금 동생은 학교 연구실에 나가기싫다고 할 만큼 원목테이블에 앉아 있길 좋아한다. 처음 계약한 원목 수종(樹種)은 몽키 포드(Monkey Pod)고, 나중에 바꾼 것이 바로 호두나무, 월넛(Walnut Tre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