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화장대 그리고...3

by 문성훈

내게는 인테리어 디자인(Interior Design)이 직업이기도 하지만 취미이자 특기다. 좋아하는 여행도, 영화도 심지어 캘리그래피(Calligraphy)를 배우고 이끼를 끼우고 진공관 라디오를 비롯한 옛물건을 수집하는 것까지 이 일을 잘하기위해서라고 생각할 정도다.
거기에 돈까지 따라줬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였겠지만 내 사업을 시작하기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 직업이 최소한 한국에서는 돈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설사 된다손쳐도 나같은 생각과 성격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했고 지난 27년간은 이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렇다고해서 후회는 없다. 이미 알고 시작한 일이므로...

정작 돈이 좀 많았으면 할 때는 정말 하고싶고 해주고 싶은 작업이 있는데 돈이 문제가 될 때다. 나는 사람을 보고 일을 한다. 건축주도 나란 사람에게 작업을 시킬지 판단하려 하겠지만 나 역시 상대의 일을 해 주고싶은가가 먼저다.
나는 아이디어와 재능을 파는 사람이다. 그 가격이 어찌 책정되든 스스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자만심을 가지고 산다. 그렇게 내 마음이 동(動)하는가에 따라 작업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단연코 판단의 첫번째가 사람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작업은 건축주가 상대하기 싫은 사람이고, 도와주고 싶은 건축주는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내 능력으로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작업인데 자금이 문제가 되면 난감하다.

그럴때면 내가 돈이 많아서 최소한의 이윤마저 포기하고 해주고 싶다. 진짜 취미나 특기로서 재능기부가 되면 좋겠다. 특이한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 철거나 신축을 선호하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최소한으로 부수고 버리는 방식을 선택하고, 새롭게 만드느니보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는데 보람을 느낀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과 지구 환경, 리모델을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새로 짓는 비용보다 버리는 비용이 급상승하고 자재비보다 인건비가 추월한 지 오래인 지금 이런 방식은 사업적으로 위험을 감수해야하고 이윤도 박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인식은 사회변화와 기술을 쫒아가지 못한다. 그러니 다시 쓸 수 있게 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새로 만드는 것보다 으레 저렴하다고 단정짓는다. '이해와 설득'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한번 더 밟아야한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 왜 그렇게 싸지지 않는지, 그보다 더 나을거라는 믿음을 줘야한다.

그래도 기존을 최대한 살리면서 디자인하고 작업하는 일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과정도 복잡해진다는 말은 잘 하지 못한다. 일을 맡으면 당연히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시간과 노력이 얼마가 더 드는 지에 관심을 두는 건축주는 만나기 힘들다. 그래도 하려고 한다. 취미이자 특기가 직업이 되면 좋은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