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화장대 그리고...4

by 문성훈

'화장대' 얘기를 했다. 최근 만난 건축주 부부 얘기다.
살던 아파트를 처분한 비용으로 대출까지 내서 작은 건물을 구입했다. 건물 윗층을 주택으로 만들어서 이사를 할 계획인데 옮길 가구가 오래되고 거의 없다시피하다고도 해서 미니멀(Minimal)한 디자인을 했다.
계단이 좁아 냉장고, 세탁기를 어떻게 옮길지 궁리하다가 나온 얘기다. 들어보니 혼수로 마련한 가구인데 사이즈가 꽤 컸다. 남편은 오래됐으니 이 참에 버리자고 했고, 아내는 주저했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결혼 후에도 직장을 다니게 될 딸에게 특별히 신경써서 골라 준 물건이라고 했다. 엄마의 유품과 같아서 버리고 싶지 않다는 말이 그대로 전해졌다. 나 역시 선친의 오래되고 낡은 지갑을 그 내용물까지 그대로 지니고 있으니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땅한 자리가 없다. 정교하고 타이트하게 레이 아웃(Lay-Out)이 잡혀 있어서다. 이내 정작 중요한 다른 논의에 그 얘기는 묻혔고 다음 미팅 일정을 정하고 헤어졌다.

토요일이지만 밀린 일들이 있어 출근을 했다.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뒤적이다 <임태주 시인 어머니의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이전에도 읽었었지만 뭉클하고 먹먹하기는 매한가지다. 버스에서 내려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내겐 언제나 '엄마'다)
"날이 좋은데 나가지 않으셨냐"고 묻자
"매일같이 노래교실에다 동창을 만나니 오늘은 집에서 쉴련다"라고 하신다.
엄마는 노래교실 두군데에 나가신다.
생각같아서는 전국의 노래교실 강사들을 초청해서 식사대접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평소 쾌활한 성품인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연이어 정신적 지주였던 부산 외숙모와 큰외삼촌을 떠나보내신데다 당신이 큰 수술까지 받으셔서 한동안 무척 우울해하셨다.
기운을 차리는데 '노래 교실'이 큰 몫을 했다. 언제나처럼 무심한 큰아들이 전화 할 때는 엄마 음식을 먹고싶어서려니 하고
"밥 먹으러 올래?" 하신다
"가게되면 전화 먼저 할께"라고 대답했다.

다음 주면 중간고사인데 문제 출제를 해야한다. 진행 중인 인테리어 작업을 위해 마무리지어야 할 일도 있다. 읽어야겠다고 책상 한 켠에 하나 둘 포개기 시작한 책들이 이제는 쓰러질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나는 누가 요구한 것도 아닌데 '화장대' 놓을 공간을 찾아볼까 트레이싱 지를 꺼내고,
좀 늦더라도 엄마곁으로 달려가
"이 시간까지 밥도 안먹고 뭐하고 다니냐?"는 구박을 달게 받으며 저녁을 먹고
"너희 집에 가라"는 퇴박에도 꿋꿋하게 하룻밤을 보낼 궁리를 하고 있다.

아... 그러고보니 집에 와 계신 팔순 장모님과 그 딸들(아내를 포함한 처형들)이 여행 갈 곳에 숙소예약 주문을 받았는데 여지껏 못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호두, 화장대 그리고...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