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열심히들 산다. 어쩌면 억척스러울 정도로, 때로는 악착같다. 그에 비하면 나는 이도저도 아니게 엉거주춤한 채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반문해 보곤한다.
세상으로 열린 창이 있다면 남김없이 닫고 싶을 때가 많다. 요즘들어 불쑥불쑥 자주 들곤 하는데 나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던가 보다. 20대가 말했다. "세상 소식, 뉴스를 안보고 안듣고 싶어요. 흔들려서... 불안해서 그리고 하루종일 마음이 안좋거든요" 30대는 자신도 그렇다고 그리하고 있다고 했고, 40대는 고개를 끄덕였으며 그리고 50대인 나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주장이 됐던 자랑이 됐건 뭔가를 소리높이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울분을 토하고 싶어서인지 동조를 바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마다의 숨은 속내가 있지않고서야 저리 열심일 리가 없지 않을까 싶기도하다. 한가지 주제에만 매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만물에 달통이라도 한듯 모르는 것이 없고 건드리지 않는 대목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일관성있고 집요하게 문제점을 파고드는 사람들 중에는 아무런 보상도 없을텐데 아주 미미한 영향밖에 못 줄텐데도 목이 쉬도록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나로 하여금 감탄과 자성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 식당의 음식에 기대할 것이 없듯 세상사를 모두 꿰고 있는 듯한 사람의 말과 글은 대체로 시원찮다. 속이 꼬일대로 꼬인 나머지 끊임없이 앓는 신음소리같기도 하고 호객하는 음험한 가짜약 장수의 감언이설처럼도 들린다. 만병통치약은 그들의 전매특허다.
한 톨의 밀알이 되고 정화를 하고싶어서건,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바라는 것이 있어서건 각자 나름의 분투를 힐난할 생각은 없다. 다들 열심히 사는 것이니까. 다만 진창인 세상 뻘에서 그래도 연꽃을 피우려 안간힘을 쓰는 이들에게는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악다구니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험담과 거짓말을 일삼는 이들에게도 차가운 시선보다는 내려다보는 동정의 눈길을 보내려고 한다. 그것이 내 진심이고 정신건강을 헤치지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있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세상으로 열린 창을 모두 닫지는 않는다. 아무리 청정한 공기라도 갇혀 있으면 어딘가에서는 곰팡이가 슬고 눅눅해지기 마련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열어두어야겠다. 그래서 바깥 기운으로 봄이 왔는지 가을에 들어섰는지 가늠은 하며 살려고 한다. 장마가 내리면 창도 닫아야한다.
바라건대 그게 누구건 아무리 확신에 찼더라도 '서른 잔치는 끝났다'거나 '마흔에게' 뭐라고 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십대인 나조차도 '50부터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는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 누구나 겪을 과정이고 오를 산인데 앞서 지나갔다면 나무 가지에 리본정도만 걸어두길 바란다. 너무 지나친 관심도 두지말고, 세세한 지도도 들이밀지 않았으면 한다. 남이 지나간 길만 밟으면 새로운 길은 나지 않는다.
엉거주춤하고 있는 나같은 어중이떠중이에게도 고민은 있고 뱉지 못한 말이 있다. 우왕좌왕 헤매고있는듯이 보여도 실은 신중해서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독선적이지는 않고 무모하거나 대책없지는 않아서 남의 등 먼저 떠밀지도, 여러 사람을 벼랑으로 이끌지도 않는다. 앞장서서 누군가가 길을 열고 있건 몇몇이 뒤쳐져 모두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든 우리는 함께 가고있고 많은 사람이 다다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나는 안다. 열린 창문틈으로 미세먼지가 들어오지 않는 건 먼 사막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고, 찬 서리가 들이치지 않는 건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 덕인것을. 누구나 언젠가는 알게 된다. 너무 늦게 알게 될지는 모르지만...